트럼프, 고유가에 지지율 직격탄
선거 지면 국정 동력 상실에 타협
이란, 美 역봉쇄에 원유수출 막혀
내부 민생고·외교적 고립 임계점
양국, 핵물질 국외 반출에 평행선
호르무즈 통행료 놓고도 딴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강경파의 우려에도 14일(현지시간) 종전을 위한 합의를 서둘러 진행한 것은 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국내외 여론 악화와 정치·경제적 부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란 역시 최악 경제난에 직면하면서 종전 합의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러나 향후 60일간의 본협상을 지나 평화정착까지 갈 길이 멀다.
이란 전쟁 시작 후 트럼프 대통령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유가와 이로 인한 경제 상황의 악화를 지켜봐야 했다. 11월 중간선거에 미치는 악영향도 날로 커지고 있었다. 전 세계 에너지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두 달 넘게 막히자 국제유가는 전쟁 전 대비 40∼60%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재건’을 내세운 것과 달리 유가 상승 이후 산업 전반의 타격이 이어졌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최근 친트럼프 성향의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금리 인하는 난망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란 전쟁을 거치며 집권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중간선거까지는 약 4개월 반이 남아, 서둘러 전쟁을 끝내고 주요 경제 수치가 회복되지 않으면 중간선거 참패와 집권 후기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란 전쟁에 투입하는 군사력의 비중이 커지면서 중국·러시아 등에 대한 억지력이 약화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란도 겉으로는 잘 버티는 모습이었으나 내부적으로는 민생고가 커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호르무즈 역봉쇄가 결정적이었다. 국가 재정 수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원유 수출이 마비됐다. 이란 법정 화폐인 리알화 가치는 지난달 말 암시장에서 달러당 180만리알까지 추락했고, 공식 발표되는 연간 물가상승률은 50%를 웃돌았다.
전면전 재개에 대한 우려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미군의 공격에 중동 지역 미군 기지 공습으로 보복하긴 했으나,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이 계속되면 대응이 어려울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자칫 강압적으로 눌러놓은 민심이 폭발할 우려가 있었다. 중동 지역에서의 외교적 고립 심화 역시 수뇌부의 운신 폭을 좁혔다는 분석이다.
극적으로 도달한 합의점이지만, 시작부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당장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15일 양해각서(MOU)에 ‘호르무즈해협 해상 항행 서비스 관리는 이란·오만이 결정이 결정한다’는 문안이 포함됐다면서 통항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항료 없는 개방’ 언급과 다르다.
핵 처리에 대해서도 미국은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의 주도로 국외로 반출하기를 원칙적으로 원하고 있다. 최근 이란 내 폐기로 미국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미국의 주도로 이뤄진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추가적인 우라늄 농축 금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타결됐다가 자신의 집권 1기 때 무효로 한 이란 핵합의(JCPOA)보다 높은 수준, 즉 ‘무기한’에 준하는 농축 금지를 원하고 있다. 이란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해외에 묶여 있는 24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이란 자금도 이란은 60일간의 협상 기간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데 미국이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란의 비핵화 조치 등 이행 수준에 따라 해제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이 끝까지 대립하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처럼 60일간의 핵협상 중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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