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 책임자 대부분 비상임
권한·비중 사무처 직원에 쏠리며
각종 비리 등 도덕적 해이 못 막아
선관위법 개정… 견제·감시 구조화
상임위원 확대로 책임성 강화해야
선관위, 용지 인쇄매수 기준 재검토
6·3 지방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초래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에 대한 해체 수준의 개혁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 2023년 고위직 간부 자녀 채용 비리 등으로 이미 조직의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선관위의 자정 작용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고, 국민참정권이 침해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 국회 국정조사와 별개로 투표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외부 통제와 인력 운영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통제·감시 없이 치외법권 누린 선관위
개혁의 첫 번째 관건은 외부 통제 강화다. 3·15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으로 1963년 내무부 소속에서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선거관리기구가 출범했지만, 독립성이 외부 감시와 견제에서 벗어나는 방패처럼 작동한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정식으로 선관위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대신 단계적으로 감사원법을 개정하거나 특별감사관제를 도입하고, 국회 국정감사 대상을 중앙선관위 외에 각급 선관위까지 확대하거나 국회 보고 의무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선관위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감사원이 체계적으로 회계·인력·행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고, 최소한 국회의 감시 견제의 수위라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 참석해 투표지 인쇄매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고 이주희 원내대변인이 회의 후 전했다. 선관위는 아울러 투표소별 투표지 잔여 수량을 모니터링하고 즉각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도 설명했다.
◆‘나 몰라라’ 비상임만 수두룩
선관위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명,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중앙선관위원장과 상임위원은 9명의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중앙선관위원장을 포함한 8명은 상시근무를 하지 않고, 상임위원 1명만 상근 체제로 중앙선관위원장을 보좌하며 사무총장이 사실상 실무를 총괄해왔다.
중앙선관위 산하 17개 시·도 선관위 사정도 비슷하다. 지역 선관위마다 상임위원은 1명뿐이고, 위원장은 해당 지역의 법원장이나 법원장이 추천한 판사가 겸임하고 있다. 느슨한 조직 구조 탓에 자연스럽게 사무처 직원들의 권한과 비중이 커지면서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자가 상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하는 조직 구조의 책임”이라며 “상임위원을 조금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상임 체제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헌 포함 여야 합의가 관건
견제·감시 체제와 상임위원 확대 등 구조적 문제가 해소돼야 선관위 내부 자정 활동을 위한 책임성 강화 조치도 뒤따를 수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을 앞둔 시점에도 투표용지 외부 반출 논란 등이 불거지자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개혁안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선관위에 대한 수술이 성공하려면 실제 법 개정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선관위법을 합리적으로 바꿔서 제대로 된 선거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추후 정치권이 개헌을 하게 될 때 적정한 방향으로 바꾸는 단계적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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