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협 통항 무료긴 하지만
몇몇국 함정 배치 낫배드” 협조 압박
英·佛 주도 질서 유지 연합전 유효
마크롱 “핵항모 순찰에 투입 가능”
日도 국제 공조 차원 파병 저울질
대서양 동맹 균열… 공동성명 난항
WP “동맹들 美 의존 낮추려 할 것”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글로벌 질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7개국 정상이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매년 개최되는 만큼 평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의례적인 행사에 그칠 때도 있지만 프랑스 휴양지 에비앙레뱅에서 15일(현지시간) 개막한 올해 회의는 다르다. 이란 전쟁이 시작해 종전 국면에 이른 올해 상반기 동안 각국의 상이한 입장과 셈법이 고스란히 드러난 탓이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국제질서의 기류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회의를 지배하는 화제는 단연 이란 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양자 회담 모두발언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동맹국으로부터 어떤 지원을 원하냐는 질문에 “나는 우리가 큰 도움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는 합의를 이뤘고 거기엔 통행료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니 큰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몇몇 국가에서 함정 한두 척을 이곳에 배치하는 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란 전쟁 국면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협조하지 않은 동맹국들을 겨냥해 공개 비판하고 이제라도 협조에 나서라고 압박한 것이다.
G7 회의에 참석한 미국 외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비판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호르무즈해협이 즉각 개방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조차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G7 정상회의에 나서는 유럽 동맹국들이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며, 이로 인해 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유럽 정상 중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마저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가 중단되는 것이 전제돼야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자국 방송 TF1에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확정되면 항공모함 샤를 드골함을 호르무즈해협 순찰 임무에 투입할 수 있다며 “2∼3일 안에 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샤를 드골함은 유럽에서 유일한 핵추진 모함이다. 그는 G7 정상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우리는 영국과 함께 임무 체계를 구축했다”며 “여러 국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매우 신속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종전 국면에서 유럽이 미국에 종속돼 있지 않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유럽이 호르무즈해협 질서 유지를 위한 작전을 미국과 협력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불신 분위기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란 전쟁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대표되는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의 갈등은 표면화됐다. 유럽국은 미국의 자국 내 기지 사용을 불허하고,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요청도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를 ‘종이호랑이’라고 조롱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공식화하며 ‘뒤끝’을 보여줬다. 또 유럽에 배치된 F-16 및 F-15E 전투기를 기존 약 150대에서 100대로, 해상 정찰기를 26대에서 15대로 각각 감축하고, 공중급유기 8대는 전량 철수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럽의 나토 회원국은 방위비 확대와 무기 증산으로 독자 생존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이 이란 전쟁 중 벌어진 큰 변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G7에서 동맹국들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아니오’라고 말할 의지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교적 미국과 가까운 사이인 일본은 호르무즈해협의 질서 유지 작전 참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6일 요미우리·마이니치신문 등은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에 일본이 동참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커지면서 해상자위대의 기뢰 제거(소해) 활동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전날 방문지인 로마에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 정상의 호르무즈해협 공동성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차원의 접근이다.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이 해협에 의존하는 만큼 종전 협정 체결 이후 국면에 적극 개입해 이 지역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권 핵심 관계자 사이에서는 벌써 파견 대원 모집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본격적인 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 및 교전권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상의 제약과 휴전의 불확실성 탓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신중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완전한 정전이 아닌 상태에서 기뢰 제거에 나섰다가 교전이 재개될 경우, 이는 상대국에 대한 무력행사로 간주될 위험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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