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을까?” 풍납·강동·구리로 본 현실적인 선택은
“청담동에 집도 있었고, 마포 건물도 있었어요. 그때 안 팔았으면 지금 제 인생이 달라졌겠죠.”
64세 이모(가명)씨는 서울 청담동 아파트와 마포 건물을 모두 처분한 뒤 경기 성남의 한 주상복합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후 서울 집값은 크게 뛰었지만 현재 살고 있는 곳은 15년 넘게 거의 오르지 않았다.
여러 차례 서울로 갈아타기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타이밍을 놓쳤고, 아들의 코인 투자 실패와 사기 피해까지 겹치면서 평생 모은 자산도 크게 줄었다. 조급한 마음에 딸 명의로 경기 구리시의 구축 아파트에 갭투자까지 했다.
이씨는 지금 집을 팔고 대출을 받아 서울로 갈아타야 할지, 기존 집을 유지하면서 추가 투자를 이어가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암 수술까지 받았다.
이씨는 “지난해 송파구 가락동 아파트를 살까 고민하다 포기했는데 이후 가격이 크게 오르는 걸 보고 밤잠을 설쳤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돈을 더 모으면 서울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희망마저 사라진 것 같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씨처럼 갈아타기 시기를 놓친 5060세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미 늦었다고 포기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징검다리’ 전략을 추천한다. 무리하게 한 번에 상급지로 가기보다 가용 범위 안에서 교통·일자리·정비사업 등 호재가 있는 지역에 집을 마련한 뒤 갈아타기를 하는 것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부동산 수석위원은 “보유 중인 성남 주상복합을 매도하고 상급지로 갈아타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갈아타기를 한다면 현재보다 입지와 미래 가치가 나은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 위원은 이씨 딸의 직장이 잠실 인근이라는 점과 병원 접근성 등을 고려해 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풍납동은 문화재 보존 문제로 재건축 속도가 더딜 수는 있지만, 서울아산병원과 가깝고 잠실 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 위원은 “풍납동 전체가 문화재 문제의 영향을 받는 것이지 특정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닌 만큼, 사업 기간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재건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송파구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진입 가격이 낮다”고 설명했다.
송파 진입이 부담될 경우 강동구 천호동이나 길동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천호역 주변에는 신축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섰고, 길동은 지하철 9호선 연장에 따른 교통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 위원은 “우선순위는 서울 진입”이라며 “이씨 자금에 2억원 안팎의 대출을 더하면 풍납동이나 강동구 일부 지역의 아파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딸 명의로 매입한 구리 아파트는 구리역과 가깝고 통합 재건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장기적인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구리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될 수 있어 매도 시점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심 위원은 “고민만 하지 말고 몇 가지 선택지를 마련한 뒤 각각의 장단점과 필요한 자금, 향후 현금흐름을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는다면 5060세대라고 해서 갈아타기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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