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억 새만금청소년센터 수익 ‘0’
유지·관리에만 연간 2.7억 소요
단체장 임기 내에 건립에만 치중
운영·관리방안 제대로 고민 안 해
지자체 “공익 우선, 적자 불가피”
프로그램 다각화 등 자구책 시급
19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관광레저1지구. 광활한 농지 한가운데 거대한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전북도가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계기로 국비 등 419억원을 들여 만든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다. 지상 3층 규모로, 최대 184명 수용 가능한 숙박 시설, 대강당 등을 갖췄다.
세계 청소년들의 교류 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한 관리인만이 건물을 지키고 있었다. 2024년 준공 이래 이용객도, 수익도 ‘0’인 이 시설의 유지·관리엔 매년 2억7000만원가량이 든다. 운영 주체를 정하지 못해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지자체 공공시설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체장 임기 내 시설 건립에 치중하고 운영·관리 방안은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그간 지자체들이 공공시설을 건설하는 데만 주력해 개관 이후 운영상 적자나 서비스 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역·기초단체 공공시설 8%만 흑자
19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11개 시·도, 57개 시·군·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은 242개 공공시설 중 19곳(7.9%)만 흑자가 났다. 시설별로 보면 인천문학경기장의 흑자가 47억6134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경북 문경에코월드(14억8573만원), 충남 당진문예의전당(12억6200만원), 충북 제천 한방생명과학관(7억2020만원), 울산종합운동장(5억9203만원), 강원 삼척해상케이블카(4억100만원) 등 순이다.
나머지 223개 시설 중에선 문화예술회관의 적자 규모가 컸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이 427억2160만원에 달했고, 광주예술의전당 323억6300만원, 울산문화예술회관 239억423만원 등이었다. 도서관이나 박물관, 안전체험관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시설들도 적잖다.
이들 지자체 공공시설이 적자를 내는 주된 요인은 활용도가 떨어져서다. 지난해 171억여원 적자가 난 울산 문수야구장이 대표적이다. 올 2월 국내 프로야구 첫 시민 구단인 울산웨일즈가 창단하기 전까지 울산이 연고인 야구단이 없었다. 그 전까진 롯데자이언츠가 제2구장으로 썼는데, 1년에 6경기 정도만 개최해 활용도가 낮았다. 지난해 문수야구장 이용 인원은 5만9901명으로, 인천문학경기장(168만7422명)과 대조된다.
대구육상진흥센터는 ‘동네 배드민턴장’으로 전락했다. 대구시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기념해 2013년 725억원을 들여 지은 국내 첫 실내 육상 경기장이나 규격 미달로 국제 공인을 못 받았다. 이에 시는 이듬해부터 배드민턴 동호인들이 쓸 수 있게 했다. 이는 만성 적자로 이어졌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경기도와 수원시 간 행정 마찰에 만성 적자가 증폭된 경우다. 도가 60%, 시가 40% 지분을 출연해 만든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 운영하는데, 지역 정가에선 재단을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다른 기관과 통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원시는 경기도에 경기장 운영권을 이관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지자체들 자구 노력… 흑자 전환도
지자체들은 공공시설 적자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고 토로한다. 수익 창출보다 주민 복지나 문화 향유권 보장이란 공익적 목적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윤영문 전남광주예술의전당장은 “예술의전당 운영 목적은 시민들에게 문화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며 “적당한 입장료를 받아야 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올림픽 같은 국제 대회 유치 등을 위해 지자체가 ‘총대’를 멘 측면이 있는데 시설 운영 등을 지자체에만 맡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난해 도내 7개 동계올림픽 경기장 운영 적자가 63억4900만원”이라며 “국가대표 훈련 등 국익을 위해 활용되는 기반 시설인 만큼, 강원특별법 개정을 통한 국가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지자체 공공시설에 대한 경영 합리화는 지자체들 몫이란 의견도 있다. 성공 사례도 상당하다. 강원 철원군이 운영하는 철원종합문화복지센터는 대관 위주의 운영 방식을 이용자 중심으로 전환해 2024년 8억200만원 적자에서 지난해 1억59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철원군 관계자는 “프로그램 다각화와 유휴 공간 재생을 통한 수익원과 이용객 유입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대구FC 홈구장인 대구iM뱅크파크는 대표적 성공 사례다. 대구시는 2019년 개장 당시 iM뱅크에 명칭 사용권을 판매해 매년 안정적인 대규모 스폰서십 수입을 확보하고 있다. 경기장 외곽 필로티 구조와 하부 공간엔 식당, 카페, 피트니스센터 등 상업 시설을 입점시켜 경기가 없는 날에도 시민들이 몰린다. 시는 경기장 규모를 1만2000석으로 축소하고, 관중석과 필드 사이 거리를 7m로 좁히는 등 ‘직관의 재미’를 높여 매진 행진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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