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 패배 설욕하며 승부 원점…21일 최종 3국서 역사적인 맞대결 완결
세계 최강 프로기사 신진서 9단이 마침내 인간이 넘지 못할 것 같던 인공지능(AI)의 벽을 넘어섰다. 더 놀라운 것은 상대가 10년 전 이세돌 9단과 맞붙었던 알파고(AlphaGo)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현존 최강 바둑 AI ‘카타고(KataGo)’였다는 점이다.
신진서는 19일 서울 중구 청파로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2국에서 카타고를 상대로 약 4시간 50분, 290수까지 이어진 혈투 끝에 4집 반승을 거뒀다. 비록 2점을 먼저 놓고 시작하는 접바둑이었지만, 카타고와의 공식 대국에서 인간 기사가 승리를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다섯 차례 역사적인 대국을 치렀다. 당시 세계 최강 기사였던 이세돌은 1승4패를 기록했지만, 네 번째 대국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78수’를 두며 AI를 무너뜨렸다. 이른바 ‘신의 한 수’는 인간의 창의성이 인공지능을 넘어선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고, 전 세계는 인간과 AI의 대결에 열광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AI는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화했다. 알파고를 넘어선 카타고는 현재 세계 최고 성능의 바둑 AI로 평가받는다. 프로기사들과의 수많은 연습 대국에서도 2점 접바둑은 사실상 모두 승리했고, 3점을 놓고도 버티기 어려웠으며, 4점을 먼저 놓고도 패하는 사례가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지난 10년 동안 AI와 인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도 “이제 인간이 AI를 넘어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런 AI를 상대로 신진서가 공식 대국 첫 승을 만들어냈다. 2점을 먼저 놓고 시작한 신진서는 초반부터 카타고를 흔들림 없이 압박했다. 1국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초반 수에 흔들리며 70수 만에 승률 99%가 무너졌고, 102수 만에 형세를 뒤집혀 결국 245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하지만 2국은 완전히 달랐다. 우하귀에서 53수까지 이어지는 대형 정석을 선택하며 판을 안정적으로 운영했고, 카타고의 날카로운 공세를 차례로 막아내며 150수가 넘어갈 때까지 AI 승률 예측 99%를 유지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중앙 전투였다. 신진서는 160수에서 백 대마를 향해 과감한 절단을 선택했다. 집으로는 6집에서 8집까지 앞섰지만, AI의 승률 예측은 오히려 98%로 낮아졌다. 당장의 실리보다 이후 복잡한 변화에서 변수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카타고는 곧바로 중앙에서 집요한 역습에 나섰고, 신진서의 예상 승률도 한때 89%까지 떨어졌다.
순간 흔들리는 듯했던 신진서는 냉정을 잃지 않았다. 복잡하게 얽힌 중앙 전투에서 AI에 버금가는 정확한 수순을 연이어 찾아냈고, 끝내 우세를 끝까지 지켜내며 인간의 승리를 완성했다.
이번 승리로 승부는 1승1패 원점이 됐다. 신진서는 지난 17일 열린 1국 패배를 설욕하며 최종 3국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10년 전 이세돌이 인간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이번에는 신진서가 더 강해진 AI 시대에도 인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마지막 승부는 2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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