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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이색직업]②(주)하우리 최원혁 백신엔진개발실장 컴퓨터 보안업체 (주)하우리에서 바이러스 백신엔진개발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원혁(32)씨는 회사에서 저녁식사 도중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S] Backdoor. Lateda. B (2)''.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가 발견돼 비상연락망이 가동된 것.

“2등급이다.”
“긴급회의 소집하고 퇴근한 직원들 회사로 복귀하라고 비상연락망 가동해”

신종 바이러스와의 전쟁, 저녁당직을 서고 있던 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뚫어져라 모니터를 응시한다. 한쪽에서는 퇴근한 직원들에게 연락하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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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연락을 받은 직원들이 하나 둘 복귀하자 바이러스 샘플 채취와 분석 작업에 들어간다. 30여분이 지나고 다행히 큰 피해 없이 간단한 치료프로그램으로 잡을 수 있는 웜 바이러스 변종이라는 판명이 나왔다. 즉시 개발팀에 바이러스 샘플이 옮겨졌고 30분이 지나 바이러스 치료백신이 서버를 통해 배포된다. 바이러스 발견부터 백신치료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이렇게 최 실장과 컴퓨터 바이러스분석 팀원들은 분초를 다투며 컴퓨터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최근 등장하는 바이러스들은 발생 직후 급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초기에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컴퓨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컴퓨터 문명’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는 각종 바이러스들.
변종에 변종을 거듭하며 시시각각 출현하는 이들과의 팽팽한 공방전, 그 일선에 ‘바이러스 퇴치사’ 최원혁 실장이 존재한다.

지금 시작해도 31등?

“일단 의심되는 파일이 발생하면 샘플을 입수, 내부 코드를 분석해 개발자들이 백신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리포트를 작성하는 일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바이러스가 어떤 형태로 진화하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최실장은 국내 몇 안 되는 베테랑 바이러스분석가. 현재 국내 바이러스 전문가는 통 털어 30여명 정도. 하루 50~100여건 발생하는 바이러스 성장 속도에 비해 백신개발을 위한 전문분석인력은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이 분야만큼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경우도 드물 겁니다. 특히 ‘정보가 국력’이라고 할 만큼 점점 세계국가들이 해커들을 이용한 정보전을 펼치고 있어 바이러스전문가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직업”이라고 강조한다.

(주)하우리는 세계 7개 나라에 현지법인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최실장처럼 바이러스 분석 인력을 보유한 곳은 한국본사 한곳뿐. 그는 세계의 바이러스 동향을 모니터링 하면서, 신종이 발견될 때마다 현지법인에 바이러스 관련 대책을 지시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시간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팀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초기보다는 많이 나아 진 편이지만 아직도 휴일을 찾아 먹기는 힘들다”며 “아내가 ‘바람 필 시간은 없어 걱정은 없다’고 핀잔을 줄 정도”라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3-4년 지나야 기본능력 인정

최실장은 경력은 10년.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그는 취미삼아 PC통신에 백신프로그램을 하나 둘씩 만들어 올리면서 이름이 알려졌고 지금의 하우리 권석철 대표를 만나 98년, 회사 창단멤버로 바이러스분석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바이러스 전문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논리적 사고와 인내를 꼽았다. 단순히 높은 프로그램밍 실력만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단다.

“일단 의심되는 파일이 발견되면 그 파일을 실행하지 않고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하고, 분석 작업이 짧게는 몇 분에서 몇 달까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차분히 분석해 나가는 인내와 끈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그는 이분야가 보통 3~4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그때부터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백신개발 전문기업이 있는 나라는 한국, 미국, 러시아 등 5개국정도. 우리와 IT라이벌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서조차 백신개발업체는 전무한 상황이다. 프로그램이나 수학적 알고리즘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이라면 도전해 볼만한 직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연봉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력 10년차 최실장의 급여수준은 7천만원선. 3년차가 3천만원 정도다.

“바이러스분석분야는 아직까지 학계보다 기업이 앞선 상황 입니다. 또 이 분야만을 위한 체계적인 인력양성기관도 미비한 상황이고요”

최실장은 앞으로 현장에서 얻은 지식들을 바탕으로 학교로 돌아가 바이러스전반에 대한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무성 세계닷컴 기자happynews@segye.com

<전교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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