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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신년특집] 서해안시대, 당진 현대제철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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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02 14:51:36 수정 : 2008-01-02 14: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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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일관제철소 ‘철강 왕국’ 꿈이 영근다  
‘당나라를 오가던 큰 나루터’란 의미의 당진(唐津)이 옛 지명에 걸맞은 명성을 되찾는 것일까.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달린 지 1시간여. 송악나들목을 통과해 충남 당진군으로 들어서자 우리나라의 알 만한 철강 기업들은 죄다 모습을 드러냈다. 당진이 철강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표현이 과장은 아니었다. 38번 국도상에 늘어선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 동부제강, 휴스틸 등 굵직한 철강업체들을 포함해 약 100개의 협력업체가 둥지를 틀었다. 이른바 ‘당진 철강벨트’다. 그리고 그 정점을 현대제철이 완성해 가고 있었다.

착공 1년을 넘어선 당진군 송악면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 현장. 말 그대로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는’ 절토와 매립 작업이 한창이다. 부지 면적만 530만㎡로 여의도 면적의 세 배에 달한다.

‘땅! 땅! 땅!…’ 지반에 말뚝을 박아주는 항타기 작업 소음이 귀에 거슬릴 만도 하지만, 이곳은 광활한 부지 탓에 아득하게 느껴졌다. 땅속으로 박히는 말뚝만 10만8000여 개. 바닷가 쪽으로 나가자 철광석 등 원료를 들여올 선박들이 이용하게 될 국내 최대 규모(1.24㎞)의 항만 안벽작업이 한창이었다.

안벽 축조를 위해 물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케이슨’(철근콘크리트로 된 상자 형태의 구조물)은 최대 무게가 1만5000t에 달한다. 부두 건설에 들어가는 케이슨 76개의 무게가 99㎡(30평형)짜리 아파트 2230채 무게와 맞먹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지역사회의 환경오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밀폐형 원료처리시설’은 가장 먼저 작업을 시작해서인지 이미 기본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당진제철소 신승주 홍보팀장은 “전체 부지 조성 공사는 약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80만여㎡를 추가로 확보해 친환경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철소 짓겠다”=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 그룹이 추진하는 수직화 사업의 핵심이다. 현대제철은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해 조기 정상화시킨 열연·냉연 공장의 하부공정 틀 위에 상부공정인 고로 설비를 건설, 세계적인 수준의 일관제철소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신 팀장은 “‘현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계열사 가운데 철을 다루지 않는 계열사는 거의 없다”면서 “2011년까지 고로 1, 2호기를 완공하면 현대제철의 조강생산능력은 1850만t 규모로 늘어나 세계 10위의 철강업체로 도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이후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조성되면 400만t 규모의 고로 1기를 추가로 도입, 연산 2250만t 체제로 규모를 확대한다는 당찬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고로 3호기까지 완공되면 현대제철은 단숨에 세계 6위의 철강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고로 방식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제철의 전기로 공법(고철을 전기로 녹이는 방식)은 원료인 철스크랩(고철)에 불순물이 많이 포함돼 자동차용 강판 등 고급 제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철근이나 H형강 등 건설 자재용인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용광로 공법을 이용하면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순도가 높은 쇳물을 뽑아내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대제철의 이번 사업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막대하다. 일관제철소 완공에 따른 직접 고용효과만 4500명에 달하고, 건설과 운영에 따른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도 각각 9만3000여명과 7만8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항만 안벽 축조에 사용될 ‘케이슨’을 제작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철강도시로 변신 중인 당진=여느 군 단위 지역과 크게 다를 바 없던 당진은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립이 구체화되면서 몰려드는 사람과 기업들로 들썩이고 있다.

기업이 당진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8년 시 승격을 앞둔 당진은 수도권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황해권의 중심도시란 것이 강점이다. 20분 거리의 현대차 아산공장과 기아차 화성공장까지 포함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철강·자동차 벨트가 형성된다.

게다가 당진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에 위치하면서도 보기 드물게 수심이 깊어 20만t급 초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고,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도 갖췄다.

당진=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홍승수 당진공장장

“일관제철소 건설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자금 조달에 곤란을 겪은 적은 없습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홍승수 공장장(전무·사진)은 일관제철소 건설의 관건은 자금 조달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

―한보철강 인수 직후인 2004년11월 당진공장으로 부임했는데 그동안 이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처음 올 때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 도로 주변의 건물이라고는 동부제철, 휴스틸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보 인수 당시 공장 인력이 560명이었는데, 지금은 3500명(상주 협력업체 포함)으로 늘었다. 미분양이었던 이주 단지도 평당 38만원에 분양해서 지금은 600만원을 넘어섰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사업에 어려움은 없었나.

“당진 군민들은 현대제철이 고로 사업을 한다고 하니까 철광석, 유연탄 등의 원료가 날려 환경이 오염될 것이라며 크게 반대했다. 열심히 설득하고, 철강 선진국으로 지역 대표들을 데려가 환경친화적으로 운영되는 작업 현장을 직접 보여주었다. 세계 최초로 ‘밀폐형 원료처리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환경 우려는 완전히 해결됐다.”

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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