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성장호르몬 하면 성장기 어린이들의 키를 크게 하는 호르몬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은 청소년기를 지나 키 성장이 멈춘 뒤에도 60세 전후까지 지속적으로 분비된다. 결체조직(인대), 콜라겐(교원질) 등을 증가시켜 근력을 늘리고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등 갱년기에도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웰빙’ 붐을 타고 성인들 사이에 성장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의의 도움으로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성장호르몬에 관한 상식과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에 대해 살펴본다.
◆성장호르몬은 성인 건강 유지에 필수
성장호르몬은 사람의 몸 가운데 대뇌 밑에 위치한 콩알만한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된다. 단백질을 재료로 해 만들어졌으며 체내에서 뼈, 연골 등의 성장뿐만 아니라 지방 분해와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갱년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분비돼야 주름을 완화하고, 불면증·불안증·우울증 등을 개선하고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돼 인체의 ‘노화시계’를 조절할 수 있다. 운동을 생활화하거나 식생활의 조절, 충분한 수면을 통해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의의 권고다.
◆유산소운동, 근육 강화, 균형 있는 영양 공급이 최상
성장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데 20대에 분비량이 최고조에 이른 뒤 30대부터 매년 1.44%씩 감소하기 시작해 60대가 되면 2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어린이의 키를 크게 하려면 균형 있는 영양 공급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적이듯 성인 역시 갱년기 이후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게 하기 위해서는 근력강화운동과 유산소능력강화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등 근육운동, 다리운동, 팔굽혀펴기 등의 근육운동과 자전거타기, 걷기 등의 유산소운동이 대표적이다. 운동 주기는 일주일에 3∼5회씩 20분간 실시하는 것이 좋다.
미국영양학회에서는 70대 이상 노인들에게 하루에 물 8컵 이상(1.5∼2ℓ) 마실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물과 칼슘, 마그네슘, 아연 등 미네랄과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노화, 뇌종양 수술 후유증 등이 주요 결핍 원인
전문의에 따르면 성장호르몬이 부족해지는 주요 원인으로는 뇌 종양이 생겨서 수술적인 치료 후나 방사선 치료 후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자동차사고 후에 생길 수도 있고 발병 원인이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아 시기에 이미 발병한 뇌하수체 질환으로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치료받던 환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치료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들은 신체 구성 성분의 변화가 생겨 대부분 지방이 많이 축적돼 있으며, 특히 내장지방 축적도가 높다. 또 사지의 근육이 마르게 되며 뼈 밀도의 감소로 골다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시켜 동맥경화증이 일어나 이로 인한 사망률이 정상인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쉽게 피로하여 우울증, 불면증, 성기능 감소 등이 동반된다.
특히 최근에는 20대 젊은 층에서도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웰빙’ 영향으로 부각되는 성장호르몬 보충요법
대기업 임원 김모(48)씨는 올 초 피로감이 계속되는 데다 밤일도 시원치 않고 복부 비만이 심해져 ‘노화방지 클리닉’을 찾았다. 종합검진 결과 지방간이 약간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신체의 건강과 노화 정도를 나타내는 성장호르몬 수치를 검사하자 적정 수준의 약 45%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성장호르몬 수치의 부족이 그의 복부 비만, 만성피로, 성기능 저하의 원인이었다. 이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을 받게 됐다. 김씨와 같이 호르몬 보충요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다.
현재 보충요법은 주사 이외에 개발된 것이 없으며 투여 용량은 가장 적은 용량으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이, 체중, 투여 효과 등을 고려해 양을 조절한다.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는 “성장호르몬은 우리 인체의 신진대사와 노화, 비만, 골다공증 등을 예방하는 필수 호르몬”이라며 “전문가와의 상담과 검사, 치료를 통해 성장호르몬 결핍 진단을 받게 되면 상황에 맞는 성장호르몬요법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성장호르몬제는 하루 1회 주사 제품과 주 1회 주사 제품 두 종류가 있다. 하루 1회 주사 제품은 그 용량을 조절해 성인과 유아에게 처방되고 있다. LG생명과학, 동아제약, 화이자제약, 릴리 등에서 앞다퉈 호르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은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처방해야 하며 단기간 치료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이상 지속적인 검사와 치료를 해야만 효과가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아용과 성인용을 포함한 성장호르몬 시장 규모는 약 650억원이며, 매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생명과학 마케팅팀 조광훈 대리는 “기존 성장호르몬 시장은 유아용 제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으나 최근에는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성인용 성장호르몬 수요가 매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