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건호씨 비자금 연루설… 조사불가피할 듯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8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조사 시기와 방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예상치 않은 노 전 대통령의 ‘고해성사’로 권 여사가 등장한 점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전날 사과문을 통해 권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기소)한테서 돈을 빌렸다고 밝혔다. 권 여사는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10억원을 빌려서 빚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직접조사가 불가피하더라도 우선 정씨를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게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는 구체적인 액수와 돈 받은 시기, 장소 등이 언급돼 있지 않아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는 것이다. 검찰이 정씨에게 추궁하고 있는 혐의와 노 전 대통령이 언급한 ‘채무관계’가 같은 것인지도 파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부 소환을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검찰은 내부적으로 이르면 내주 중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조사한다는 일정 아래 당분간 주변인물 조사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박씨와 중간역할을 한 정씨를 상대로 ‘채무관계’ 여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연철호씨가 박씨에게 500만달러를 받을 때 동행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에 대한 조사도 점쳐진다.
검찰로서는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 방법도 고민거리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서면·방문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국가기록물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가 세부조사를 모두 마치고 노 전 대통령 조사만 남겨둔 터라 소환조사에 무게가 실린다.
노 전 대통령은 국가기록물 유출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방문조사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가자 “검찰이 굳이 조사하겠다면 방문할 이유가 없다. 출석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김경수 비서관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소환하면 언제든 응하겠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검찰이 정 전 비서관 조사 이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했으니 검찰 입장을 보고 결정할 부분이므로 지금 밝힐 내용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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