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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일본 도쿄가쿠게이대학 부교수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윤동주의 ‘서시’에 흠뻑 빠져 학창 시절을 보냈던 필자는 2005년 일제의 고문으로 죽어간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와 윤동주 두 사람을 연구해 너무도 억울했을 그들의 삶과 작품 그리고 사회적 배경 등을 중국의 허베이(河北)대학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었기에 흔쾌히 이 행사를 맡기로 했다.
필자는 현역 교사들을 포함한 대학원생들에게 인권교육론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기에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며 아름답고 곧은 삶을 지향했던 윤동주의 무참히 짓밟힌 인권과 꿈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2010년에 한일합병 100년을 맞는 시점에서 교육과 문학의 만남을 통해 두 번 다시 불행한 과거의 상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민족을 초월한 시민연대를 형성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번 추모제가 열린 도쿄가쿠게이(東京學藝)대학은 일본의 대표적인 교사 양성 대학으로 136년 전통의 명문이기도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는 육군본부가 자리잡고 있었던 어두운 역사도 지니고 있다.
그곳에서 평화와 시를 사랑하다가 일제의 고문으로 안타깝게 죽어간 윤동주를 기리고, 그의 뜻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행사 취지를 한국대사관 홍보공사와 도쿄가쿠게이대학 총장 및 부총장에게 전했을 때 모두가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고, 지난 2월13일 행사 당일에는 강기홍 한국대사관 문화원장과 문화원 음악합창단이 참가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필자와 같이 연세대를 방문해 윤동주 시비를 본 후 그의 서시에 감명을 받았던 와시야마 야스히코(鷲山恭彦) 총장은 당시 억압과 지배 속에서 침략전쟁에 항거하다 죽어간 시인 마키무라 히로시와 같은 양심적 일본인을 기억하며 한일 시민이 결속해 평화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축사를 해줬다.
이어 선양회 일본지부의 이성사 회장, 시인 유안진씨, 미 로스앤젤레스의 이성호시인, 문학평론가 유성호, 임헌영 교수, 윤동주 연구자며 릿쿄대학추모제 야나기 하라 위원 등 각계 인사와 유학생, 일본 현역 교사 대학원생들이 윤동주의 시를 한일 양국어로 낭독하며 그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겼다.
처음으로 일본 국립대 캠퍼스에 울려퍼진 윤동주의 외침은 두번 다시 아픈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유언이었다. 그의 유언은 앞으로 일본 교단을 짊어질 예비교사들의 가슴에 전해져 동북아시아를 잇는 평화적 상징의 시가 될 것이고, 삶에 주춤한 사람들을 끌어주는 소중한 손길이 되어 줄 것이다.
이수경 일본 도쿄가쿠게이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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