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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5부 요인' 용어·순서에 마뜩찮은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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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28 11:32:38 수정 : 2009-09-28 11: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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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사회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낮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한승수 국무총리,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는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G20 정상회의 유치 등 이번 미국 순방 결과를 알리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뒤 헌법기관장, 야당 대표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는 건 우리 헌정사의 오랜 관행이다.

 그런데 초청을 받은 헌법기관장 가운데 이강국 헌재소장의 심기가 그다지 편치 않아 보인다. 일단 김형오 의장이 피청구인으로 참여 중인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이 헌재에 계류된 상태다. 김 의장을 상대로 심판을 청구한 야당이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심판자가 사건 당사자와 자리를 함께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공격해올 수 있는 대목이다.

 실은 더 큰 문제가 있다. 대통령과 헌법기관장들의 오찬 모임을 보도한 언론 기사는 약속이나 한듯 의전 서열을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재소장, 선관위원장 순으로 적시했다. 헌재소장이 의전 서열에서 국무총리에 앞서는 것으로 정리된 게 벌써 오래 전인데 왜 갑자기 뒤집혔는지 모를 일이다. 청와대가 낸 보도자료나 실무자 브리핑 내용에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88년 헌재가 설립된 이래 헌재소장과 국무총리의 의전 문제는 늘 골칫거리였다. 조규광 초대 헌재소장은 국무총리를 자신보다 상석에 배정한 행사는 참석하길 거부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윤영철 헌재소장이 자신보다 이해찬 국무총리 서열을 높게 평가한 청와대 행사에 불참한 사례가 있다. ‘서열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웃어넘길 사람도 있겠으나 이는 대한민국 국격(國格)에 관계된 일이다.

 ‘5부 요인’이란 용어도 마뜩찮긴 마찬가지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입법부의 국회의장, 사법부의 대법원장, 행정부의 국무총리를 한데 묶어 ‘3부 요인’이라고 불렀다. 이는 대통령이 입법·사법·행정의 3권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어느 원로 정치인은 “행정부 대표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며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3부 요인이라고 불러야 맞다”고 지적한다.

 헌재소장이 등장하면서 3부 요인이란 용어는 변화를 맞았다. 기존의 3명에 헌재소장이 끼면 ‘4부 요인’, 선관위원장까지 합류하면 ‘5부 요인’이라고 부르는 게 보편화됐다. 하지만 이 또한 대통령이 절대 우위에 있던 권위주의 시절의 냄새를 짙게 풍김은 어찌 할 수 없다. 앞으론 3부 요인, 5부 요인 대신 그냥 ‘헌법기관장’이라고 통일해 부르는 게 어떨까 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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