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외국인전담교도소 소말리아 해적들에 '호텔급'
우리 선박을 납치하고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들을 우리 국민 세금으로 먹여 살린다?
국민 정서에 어긋날 것 같은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공산이 커졌다.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과정에서 생포한 해적 5명을 국내로 압송해 국내법으로 처벌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케냐와 지부티, 예맨, 오만 등 해역 인접국에 해적을 넘기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나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혀 국내 압송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외교부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는 이미 해적을 국내로 압송할 경우 조사와 처벌 절차 등에 대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말리아 해적을 국내로 압송하면 조사와 기소, 재판, 교정기관 수용 등을 모두 국내법에 근거해서 해야 한다.
이 경우 우선 조사는 국가정보원과 법무부, 외교부, 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에게 총상을 입힌 해적이지만 조사과정에서 인권침해 시비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해적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는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 평가와 직결돼 있어 신중해야 한다. 우리 국민 입장에선 해적이 지탄의 대상이지만, 함부로 다룰 경우 인권 시비가 생길 수 있다”며 “해적 처리는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져준 셈”이라고 말했다.
해적이 기소되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 선고가 불가피해 보인다. 형법상 ‘해상강도죄’는 위력으로 해상에서 선박을 강취하거나 선박 내에 침입해 재물을 강취한 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무기지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높아진다.
징역형이 확정되면 해적은 천안 외국인전담교도소에 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전담교도소는 다른 교정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지만 시설이 외국인 처우기준에 맞춰 개선됐고 식재료 종류와 단가, 거실별 수용인원 등도 국제기준에 맞춰 운영되고 있다.
최빈국 소말리아에서 처참한 생활을 해 온 해적에게 선진국의 최신식 구치소·교도소는 ‘호텔급’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년전 네덜란드 해군에 체포돼 네덜란드에서 재판받은 소말리아 한 해적은 재판과정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가족까지 데려다가 감옥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해적은 네덜란드 구치소에 수감돼 생전 처음 하루 3끼 식사를 하고 침대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인터넷 등에서는 해적을 국내로 데려오지 말고 ‘러시아식 처벌’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러시아 해군은 지난해 5월 아덴만 해상에서 납치된 자국 선박을 구출하고 해적들을 재판없이 무동력 고무보트에 태워 해안에서 540여㎞ 떨어진 해상에 내던져버렸다. 해적들은 결국 모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식 처벌’은 구조와 해적 체포사실이 극비에 부쳐졌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라서 검토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적들을 처벌하지 않고 해외로 추방하는 것도 법 감정에 어긋나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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