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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기업 혁신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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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29 20:13:20 수정 : 2011-03-29 20: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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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선진화 약속 결국 공염불
낙하산 인사 근절 안하면 개혁 못해
역대 정부에서 행정개혁이나 쇄신, 정부 혁신 등의 이름으로 중앙정부의 개혁을 시도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중앙정부에는 약 9만명의 공무원이 있지만 공공기관 직원은 24만명이 넘으니 공공기관의 개혁은 그만큼 중대한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 CEO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개최해 대통령이 직접 공공기관장들과 대화를 시도한 것도 이 과제의 상대적 의미를 말해준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공공기관 문제의 근원은 사실상 공공성에서 비롯된다. 공공성이 높은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공공기관은 사실상 주인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식의 방만한 경영이 이루어지기 쉽다. 공공기관은 그 독점성으로 인해 경쟁압력이 없어 스스로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인센티브가 별로 없고, 오히려 독점성으로 인해 부패와 비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장경쟁이 가능한 공공기관은 가급적 민영화해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 도입이 어려운 공공기관에 대하여는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추진해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 3년간 공공기관 임직원의 부패와 비리 적발 건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했는가 하면, 대선 공신을 비롯한 전문성에 의심이 가는 낙하산 인사의 논란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신이 내린 직장, 신이 숨겨둔 직장, 심지어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우스갯소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노동생산성보다 높은 과도한 복지혜택과 고임금으로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의 마음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공공기관 및 기관장 평가를 시행해 왔음에도 국민의 눈에 비친 선진화의 성과가 이처럼 기대 이하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월28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있었던 공공기관 CEO 워크숍에서 대통령은 “공공기관장들은 민간기업의 CEO들이 갖추고 있는 경쟁력에다 투철한 국가관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누가 CEO가 되느냐에 따라 공공기관이 확실하게 변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가정이든, 기업이든, 혹은 국가든 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구성원들을 설득해 목표달성을 위해 잘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결국 집안이나 기업,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어떠했는가. 공공기관의 임원 구성을 보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쉽게 드러난다.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공공기관 상임직의 46.5%, 비상임직의 30.4%가 정·관계 인사이며, 상임직의 32.5%와 비상임직의 27.9%가 대선 관련 인사들이라고 한다. 정·관계 인사나 대선 관계자들이라고 해서 전문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해당 분야에서 민간 CEO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낯간지럽다. 공공기관 임원 10명 중 적어도 3명이 대선 관계자들이라는 사실에서 공공기관 임원 자리가 대선과정에서의 기여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면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에게서 특별히 투철한 국가관을 기대할 만한 이유가 있을까.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가 공공기관 경영합리화에 기여해 온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유능하고 신념을 가진 훌륭한 인재를 제쳐놓고 실세 정치인과의 친분을 이유로, 지연이나 학연을 이유로, 그리고 대선과정에서 기여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의 임원자리를 충원하는 한 공공기관의 확실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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