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KT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1.8㎓ 대역 주파수를 낙찰받으며 LTE 서비스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1조원에 가까운 주파수 이용료를 납부해야 하는 부담을 함께 안게 됐다. 일부 주파수 대역에 대한 경매 참여 제한, 최고가 제한 없는 ‘오름 입찰’ 등 경매 방식을 둘러싼 문제점은 개선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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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 9일째인 29일 SK텔레콤은 KT가 1.8㎓ 대역에 대한 입찰을 포기함에 따라 직전 최고 입찰가인 9950억원에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KT는 1.8㎓ 대역을 포기하는 대신 800㎒ 대역에 입찰해 경매 시초가인 2610억원에 낙찰받았다. 앞서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의 경매 참여가 제한된 2.1㎓ 대역을 4450억원에 확보했다.
SK텔레콤은 이번 경매로 1.8㎓ 대역을 확보하게 돼 LTE 서비스를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지만 KT와 LG유플러스의 추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8㎓ 대역은 전 세계적으로 LTE 서비스용 주파수로 각광받고 있어 SK텔레콤은 외산 단말기 수급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8㎓ 대역의 20㎒ 주파수 폭을 확보한 KT에 대한 견제 효과도 거둘 수 있다.
KT는 1.8㎓ 대역의 주파수를 40㎒폭으로 늘려 경쟁사보다 높은 데이터 속도의 LTE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하지만 800㎒ 대역의 주파수 10㎒폭을 추가로 확보, 800㎒대역 10㎒ 폭과 900㎒ 20㎒폭을 더해 LTE용 주파수 총량은 3개 이통사 중 가장 많은 50㎒ 늘어나게 됐다. 주파수가 과도하게 분산돼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KT는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주파수를 묶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세대 서비스를 도입하지 못해 고전했던 LG유플러스는 4세대 LTE 서비스를 계기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TE 전국망을 3사 중 가장 먼저 구축하기로 하는 등 LTE를 통한 전세 뒤집기에 나섰다. 세계 각국의 주파수 정책과 LTE 기술 발전에 따라 얼마든지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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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방식은 풀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입찰가 상승으로 낙찰자가 자금난을 겪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하고,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 증가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승리한 SK텔레콤도 “이번 주파수 경매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인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1.8㎓ 대역에 대한 낙찰가는 1조원을 넘어서지는 않았지만 83라운드에 걸친 치열한 경쟁 끝에 경매 시초가인 4450억원에서 갑절 이상 뛰어올랐다.
KT 이석채 회장은 “주파수 경매가 효율적이면 좋은데 효율에 어긋날 때 문제가 생긴다”며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오남석 전파기획관은 이번 경매가 “주파수 분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현재 공급 가능한 주파수가 부족해 과열 경쟁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를 발굴하기 위해 연말까지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향후 사용 가능성이 있는 주파수로 2.1㎓ 대역 30㎒폭과 현재 아날로그 방송용으로 사용 중인 700㎒ 대역 108㎒폭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경매제를 마련해 놓고도 일부 주파수 대역의 입찰을 제한한 것은 스스로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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