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그동안 리비아의 군사 작전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거센 비판에 시달려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나토의 등 뒤에 숨어 있다는 자조적인 한탄이 정부 내부에서 터져나오기도 했다. 나토 내부에서도 리비아 군사 작전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으며 서방 연합군이 분열상을 보이기도 했다. 나토의 28개 회원국 중에서 8개국만이 군사 작전에 참여했고, 영국과 프랑스가 리비아 군사 작전을 주도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6개월 사이에 공중 폭격 작전으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지난 5월에는 9·11 테러 사건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파키스탄에서 사살했다. 미국은 지난 8월에 나토를 통해 카다피를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축출했다. 또 지난 9월에는 예멘계 미국인으로 알카에다의 핵심 인물인 안와르 알올라키를 공습 작전으로 사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 사살에 대해 “전 세계에 미국의 지도력을 입증해 보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와 대선전에서 겨룬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도 “오늘은 위대한 날이며 미국 정부가 커다란 신뢰를 받을 만하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미국이 앞으로도 이 같은 공습 작전을 고수할지 불확실하다. 미국이 일단 핵심 테러 분자와 테러 세력 근거지를 무장 헬기 등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처럼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의 정권에 대해서는 미국이 공습 작전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과 같은 정부 부채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국방비를 줄이고, 해외 전비를 지속적으로 삭감해야 한다. 리비아에서 카다피가 사살됐다고 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득을 볼 것 같지도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 정부가 결코 유약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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