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 해도 많은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올 초 전국의 축산농가가 구제역으로 초토화됐고, 부실 저축은행 퇴출로 서민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무상급식 논란과 10·26 재보선 등 정치적 지각변동도 잇따랐다. 수도 서울에 충격을 던져준 ‘우면산 산사태’와 장애인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온 ‘도가니 열풍’ 이후 현주소를 점검해 봤다.
우면산 산사태가 휩쓸고 간 지 5개월이 흐른 2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의 한 주택이 뼈대만 남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김준범 기자 |
조용하고 평화롭던 이곳에 시간당 2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것은 지난 7월27일. 폭우를 견디지 못한 우면산에서 거대한 토사가 밀려내려 오면서 산 밑 주민 16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과 구호물품이 답지했고, 정부의 복구 대책도 잇따라 발표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서울시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천재(天災)냐, 인재(人災)냐’는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5개월이 흐른 지금 ‘우면산의 악몽’은 당국의 무관심 속에 점차 잊혀지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나 정책적 배려는 고사하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내 집이 있었는데… 비닐하우스에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버티고 있어요.”
배모(50·여)씨는 “복구는커녕 그대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배씨는 “시에서 복구를 약속했지만 지원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3000만원을 빌려 집을 지었다가 ‘마을 경계를 넘었다’며 철거당했다. 임대아파트 입주 제의를 받았지만 보증금에다 월세, 관리비 부담 때문에 입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남부순환로 맞은편 방배동 래미안 아트힐 아파트 역시 토사 더미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방음벽은 임시철벽으로 교체됐고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는 폐허가 됐다. 단지 내 분수대와 일부 화단 정도가 간신히 정리됐을 뿐이다. 한 주민은 “이런 식으로 언제 복구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면동 형촌마을 생태공원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김모씨는 “등산객의 발길도 끊겼고, 산 부분은 복구에 들어갔지만 도로 정비는 시작도 안 했다”고 말했다.
주민 46명은 지난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시는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주택이 침수되면 100만원을 지급한다. 아파트단지 내 시설물 복구는 주민 부담”이라고 말했다.
저무는 2011년. 우면산 재해현장에는 일이 터지면 ‘호들갑 대책’을 쏟아내는 용두사미 행정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었다.
서지희 기자 g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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