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3월, 지방 모 체육대학 학생 강모(당시 19세)군이 신입생 훈련을 받다 쓰러져 20여일 만에 숨졌다. 사인은 심한 격막 손상에 의한 뇌출혈. 강군의 허벅지에는 검붉은 피멍 자국이 선명했다. 잔인한 폭력에 세상은 경악했지만 폭력의 ‘생명력’은 질겼다. 3년 후인 2011년 4월 같은 학교 한 학과 07∼11학번 후배 106명 전원이 3시간 동안 각목이 부러질 정도로 심하게 구타 당하는 사건이 터졌다.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이씨는 “이 정도 가지고 놀라는 게 더 놀랍다”고 말한다. 대학 운동부에선 일상적 수준의 폭력이라는 것이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대학 운동선수 643명 중 577명(87.9%)이 구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문화는 비단 대학 운동부에 한정된 일이 아니다. 학교 외에 가정, 직장, 군대에서도 유형은 조금 다르지만 폭력은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었다. 더 교묘하고 은밀하게 대물림했다.
게임이론(인간행동 분석기법) 틀로 보면, 운동부는 주어진 게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배들은 ‘본보기로’ 후배들을 때리고 후배들은 침묵한다. 한번 낙인찍히면 조직 내에서 설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운동 말고는 해본 게 없어 순응하게 된다. 인권위 조사에서 운동부 폭력 피해자의 대다수(84.6%)가 “그냥 참았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앙대 박찬희 교수(경영학)는 21일 “운동선수들은 운동 역량과 팀워크라는 상충된 가치를 추구하고, 선후배 서열이라는 모순적 가치가 더해진다”며 “존경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싶은 선배의 심리가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유태영·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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