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상당 2점 사라져
전시 주관자 지병 사망… 미궁에
화가, 작업 중단 “찾아달라” 호소 서울지방경찰청에 전시했던 시가 6000만원 상당의 누드화 2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약 5개월 만에 미제사건으로 종결했고, 화가는 1년 넘도록 그림을 찾아 헤매고 있다. 누드화는 어디로 갔을까.
서양화가 김명화씨가 잃어버린 ‘버드나무와 누드’ 시리즈 가운데 한 점인 ‘휴식2’(2004년 작). |
김씨가 건넨 작품은 30호(가로 91.0㎝, 세로 72.7㎝)짜리 누드화 두 점. 김씨는 “2004년 그린 작품으로 작품당 가격은 3000만원 선”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듬해 1월9일 전시회가 끝나자 그림을 회수하러 서울청을 찾았다. 이때만 해도 그림은 현장에 있었다. 양씨는 “경찰 측이 그림을 더 걸어놓고 싶어한다”고 말했고, 김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좋은 일이잖아요. 경찰청 안에 걸어둔 그림이 없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김씨는 간간이 양씨에게 그림에 대해 물었다. 그때마다 양씨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던 양씨가 2008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그제서야 그림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당시 전시회 담당 경찰관은 김씨에게 “전시회가 끝나고 곧바로 양씨에게 반납했다”고 밝혔다. 통상 그림을 전시할 때 주고받는 인수·인계증은 없었다.
김씨는 2010년 12월 ‘그림을 찾아달라’며 진정서를 냈다. 서울청은 내부 비리의 가능성을 우려해 직접 수사를 벌였다. 청사 내 창고를 확인하고 인사동, 대학로에 있는 갤러리를 수소문했다. 경찰관과 양씨 유족, 전시 실무자를 불러 대질도 했다. 하지만 끝내 그림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하나같이 “(죽은) 양씨가 처리했다”고 진술한 탓이다. 서울청은 2011년 4월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청은 “장소를 제공했을 뿐 전시에 관한 모든 것은 양씨에게 일임했다”며 “책임질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최근 서울청을 상대로 당시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미국에서 예정돼 있던 개인전을 취소하는 등 모든 활동도 잠정 중단했다. 김씨는 “내 영혼이 담긴 아이들(그림)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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