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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확률과 여론조사의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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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2-06 00:55:15 수정 : 2012-12-06 00: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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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승리 맞힌 美 실버 화제
한국도 ‘족집게 예측’시대 와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100% 맞힌 사람이 있다. 뉴욕 타임스는 그에게 공식 블로그를 제공했다. 블로그의 이름은 538인데 이는 대통령 선거인단의 숫자다. 이 블로그의 주인공은 네이트 실버라는 34세의 젊은 인물로 오바마가 당선된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50개 주와 워싱턴 DC의 우승자를 모두 맞혔다.

한상근 KAIST 교수·수리과학
실버가 대학졸업 후 했던 일은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통계처리법을 분석하고 더 나은 방법을 만드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선수의 타율만 봐서는 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알기 어려운데 타율보다는 점수를 내는 것이 실제로 더 중요하다. 실버가 한 일은 통계자료에 주관적 선입견이 개입할 여지를 가능한 한 배제했다. 즉 주관적 선입견에 오염된 숫자가 마치 객관적이고 충실한 통계자료인 것처럼 포장돼 전문가의 말로 돌아다니는 것을 막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실버의 분석을 싫어하는 야구 해설가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야구의 예측가능성이 너무 높아지면 구경하는 재미가 감소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실버를 공익(public) 통계학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선거 여론조사나 기후변화처럼 중대한 의미가 있는 숫자가 의심스러운 목적을 가진 사람에 의해 무책임하게 언급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었다.

실버를 엉터리라고 비난하던 사람이 있었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도 사과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가 야구에서 선거예측으로 방향을 바꾼 이유는 대다수 선거예측의 품질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거예측에서 그가 한 것은 책 제목이 명확하게 보여주듯 ‘신호와 잡음’을 따로 걸러내는 일이었다.

실버는 여론조사의 설계방법 자체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확률을 두 가지 관점으로 봐야 한다. 하나는 우리가 평소 이해하는 대로 동전을 던지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라고 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숨어있다. 예컨대 1만번을 던지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00번에 가까운 숫자가 나오겠지만 정확히 5000번 나오는 일은 극히 드물다. 5010번 나왔으니 확률이 원래 50.1%라는 사람에게 당신이 틀렸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50이라는 숫자는 사람의 믿음인 것이다. 현대수학의 확률론에서는 처음부터 확률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하고서 시작하지 알지 못하는 확률을 찾아내는 방법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다른 하나의 관점은 50이라는 숫자가 진실일 확률, 즉 확률의 확률을 말하는 것으로 정보를 얻을 때마다 기존 예상을 수정 보완하는 방식인데 이를 베이지안(Bayesian) 확률이라고 부른다. 어린아이가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 베이지안이어서 성인보다 빠르다는 심리학자들이 있는데 지금도 볼 수 있는 실버의 538블로그에는 90.9%의 확률로 오바마가 승리한다고 나와 있다.

혹자는 미국은 주마다 승자가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간접선거 방식이니까 예측하기 쉬웠다고 말한다. 실버는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오바마가 전체 투표의 50.8%를 얻을 것이라고 득표율까지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51%를 얻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실버가 발견한 것은 온라인응답의 신뢰성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휴대전화, 그리고 신뢰성이 가장 낮은 것이 집 전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여론조사는 집 전화의 응답비중이 휴대전화보다 네 배 정도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12월 2일 세 곳에서 동시에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는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어느 조사기관에서는 1% 미만의 차이가 났고 또 다른 곳에서는 8% 이상의 차이가 났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실버’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한상근 KAIST 교수·수리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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