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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빌려서 복지비용으로… 공익보다 사익에 '펑펑'

입력 : 2013-07-24 09:36:13 수정 : 2013-07-24 09: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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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생활 관련 자금 지원에 2012년 5개 공기관서 54억 사용
기관 운영·청사 임차비로 지출, 정부 정책 집행 목적과 동떨어져…
일부 사업은 집행률 10% 대로 저조
"예산 감액·수요예측 개선 시급"
재정융자사업의 집행 내역을 들여다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세수 부족 등으로 재정 여건이 악화해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정부 예산이 허투루 쓰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 운용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들만을 위한 집행

정부의 재정융자사업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자금이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 기관과 직원들을 위해 쓰이는 데 있다. 일부 공공기관은 정부의 재정융자 등을 통해 조성된 기금을 직원들의 학자금, 주택자금 대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무역보험공사 등은 모두 직원복지 증진 차원에서 기금운영비란 명목으로 소속 기관 임직원들에게 학자금이나 주택자금을 대여해 주고 있다. 지난해 이들 5개 기관에서 이런 용도로 쓴 기금은 54억7600만원에 이른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경우 지난해 공무원으로부터 갹출해 조성된 공무원 연금기금 중 20억1900만원을 공무원이 아닌 공단 임·직원들에게 가계자금이나 학자금으로 대부해 줬다.

일부 공공기관은 기금을 청사 임차비로 사용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과 ‘고용보험기금’에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에서 청사 임차지원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이 국가가 조성한 공공자금을 기금의 조성·활용 목적과는 동떨어진 청사 임대료나 직원들의 복지 향상, 생활 안정과 관련된 자체 사업에 물쓰듯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사업을 위해 마련된 국가의 재정융자금이 기관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전락한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복지 향상과 생활 안정에 필요한 자금을 기관운영비 등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유사기금 운영기관들의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기금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융자사업이 부처별로 자율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동일한 사업에 중복적으로 집행되는 경우도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청사 임차사업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에서 29억원을, 고용보험기금에서 12억원을 각각 지원받고 있다. 이런 중복 사업은 재정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사업 효과도 정확하게 측정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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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부실 집

정부가 경기 활성화 등을 위해 재정 집행을 독려하고 있지만, 일부 사업의 집행률은 10%대에 머무르는 등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다. 통일부의 ‘교역·경협자금 대출(남북협력기금)’ 사업은 지난해 1130억원(전년도 이월액 400억원 포함) 중에서 16.2%인 182억8200만원만 집행됐다. 나머지 947억1800만원은 사용되지 않았다. 5·24 대북조치에 따른 대북 경협·교역 중단으로 신규 대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는 이 사업이 최근 몇 년간 이월액이 많고 집행률이 저조해 예산이 과대 계상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향후 예산안 심의 때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가축 종자 시설을 개량하는 ‘종축장 전문화지원’ 사업도 저조한 집행률을 보였다.

이 사업의 경우 전년도 이월액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집행률이 63.8%에 그쳐 올해 111억원의 이월액이 발생했다. 이는 종축장 개설지 조성 당시 민원이 발생해 부지 선정과 인허가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업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탓에 재정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주거환경개선’, ‘매입임대’, ‘국민임대사업’ 역시 지지부진하다. 이들 사업의 지난해 예산은 각각 50억원, 700억원, 9605억원이었으나 집행률은 각각 27.6%, 15.5%, 63.2%에 불과했다. 특히 주거환경개선 사업의 경우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주택개량 수요 감소 때문에 낮은 집행률이 이어지고 있어 예산을 감액하거나 집행률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정책처는 재정융자사업의 집행률 저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가 예산 편성 전 정확한 융자수요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담보 요구 등 융자절차가 너무 엄격해 융자를 신청하지 못하는 바람에 자금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밖에 행정절차 지연이나 사업에 대한 인지도 부족 등도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귀전 기자,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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