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커피의 효능에 대한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여러 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분석이 아니라 특정 질환에 대한 각각의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몸에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헷갈린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미첼 루커스 박사 연구팀은 커피를 하루에 2∼3잔 마시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자살할 확률이 50% 낮다고 최근 발표했다. 반면 같은 시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커피를 하루 4잔 이상 마시는 55세 이하 여성은 덜 마신 여성에 비해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중앙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등 8대 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커피에 대한 소견을 물었다.
원두 커피에는 암 예방, 혈압 강화, 계산력 향상 등의 효능이 있지만 하루 3잔 이상(카페인 400mg 이상)을 마시면 되레 위궤양, 과민성 대장질환 등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8명의 전문의는 커피의 긍정적인 효과에 동의했다. 송홍지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교수는 “커피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양질의 연구가 더 많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진은 커피에서 폴리페놀(항산화효과), 클로로젠산(항암효과), 카페스톨(신생혈관 생성억제) 등의 성분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물에서 나는 열매는 몸에 좋다”며 “커피콩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 등 좋은 성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 이러한 성분은 원두커피에만 있는 것으로 인스턴트 커피와는 관계가 없다.
국내외 연구진이 밝혀낸 커피의 효능에는 위암·간암·직장암 등 암 예방, 혈압 강화, 계산력 향상, 다이어트 효과, 음주 후 숙취 해소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커피에 두 얼굴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는 위궤양, 과민성 대장질환, 심근경색 발병률을 높이고 피부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섭취하면 숙면을 방해해 피로감이 오히려 증가한다. 서주영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커피는 인체에 긍정·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미친다”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당량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커피가 아닌 습관이 문제
커피 논란의 중심에는 카페인 성분이 있다. 각성 효과를 지닌 카페인은 뇌를 깨우고 이뇨 작용을 촉진한다. 교감신경을 자극해 많이 마시면 심장을 빨리 뛰게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 카페인 권장량은 400mg, 커피 한 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 함량은 100∼200mg다. 나누기를 하면 우리 몸이 적절히 수용할 수 있는 하루 최대치가 3잔임을 알 수 있다. 기준을 초과해 마실 경우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 단 위장과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기준은 일반인과 달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강희철 교수는 “커피 1, 2잔을 가뿐히 소화할 수 있다면 인체의 장기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이런 사람들이 커피를 적절하게 마시면 에너지 대사율과 집중력 향상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페인은 콜라, 초콜릿, 차(茶) 등 다양한 음식에 함유돼 있어 자신도 모르게 하루 권장량을 초과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화의료원 자료에 따르면 녹차 티백 1개에 15mg, 콜라 23mg, 초콜릿 100g에 10∼21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은 중독성이 강해 점점 먹는 잔의 크기를 늘리거나 농도를 강하게 할 우려도 있다. 김정하 중앙대학교 교수는 “1, 2잔의 커피는 이로운 작용을 하지만 3잔을 초과하면 되레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커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습관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양현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는 “시중에 파는 작은 컵 크기의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3잔 이내의 커피가 적절 용량이므로 먹는 양을 지키고, 이뇨 작용으로 인한 수분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고 전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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