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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여수세계박람회 폐막 1년

입력 : 2013-09-16 20:17:22 수정 : 2013-09-16 22: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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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1000억 들어간 박람회장, 사후활용 못해 애물단지로 여수세계박람회장이 폐막된 지 8개월 만인 지난 4월 엑스포해양공원으로 재개장됐다. 지난해 여수박람회장에서 느낀 기쁨과 환희를 맛보기 위해 130만명이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날’의 추억은 커녕 실망감만 안고 떠나야 했다. 전시관 대부분이 철거된 데다 그나마 남아 있는 전시관 입구마다 2m 높이의 펜스가 설치돼 있어서다. 볼거리와 체험거리도 없었다.

지난 9일 여수박람회장을 찾은 김희수(56·서울)씨는 박람회장 해안가에 오물과 폐목재가 떠다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기까지 했다. 2조1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5월12일부터 93일간 매일 10만명이 북적였던 여수박람회장에 대한 사후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잇단 매각 유찰…해양공원 조성 차질


정부는 여수세계박람회장을 글로벌 해양레저관광단지로 조성하는 사후 활용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박람회장 전시관 시설 13곳을 철거하고 한국관과 주제관 등 6개 시설만 남겨뒀다.

사후활용의 주체는 민간이다. 여수박람회장을 매입한 민간업체가 정부의 사후활용 기본구상 범위 내에서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레저관광단지를 만드는 구상이다. 매각 대상은 공적 공간인 한국관과 엑스포홀을 제외한 모든 시설과 25만1001㎡의 부지이며, 매각 가격은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금액인 4831억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두 차례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섰으나 매입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12일까지 마감한 제2차 매각 공고에서는 공모 조건이 지난해 11월 1차 때보다 크게 완화됐지만 응모한 기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일괄 매입이 곤란할 경우 단지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도입시설의 특성에 따라 구역별 매각도 허용했다. 또 5년에 걸쳐 매각 대금을 분할 상환할 수 있게 했다. 여러 민간사업자가 자금 여력에 따라 분할 매입할 수 있도록 유도했으나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두 차례나 매각이 무산된 것은 경기가 워낙 어려워 민간업체들이 신규투자할 자금이 없는 데다 수도권과 거리가 멀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이처럼 민간업체 매각이 지연되면서 여수박람회장 시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올 2월 출범한 여수박람회재단 직원 30명이 시설을 관리하고 있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많다. 한 해 150억원가량 소요되는 관리비 확보도 막막하다. 해양수산부가 내년에 이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 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예산이 축소될 경우 여수박람회장은 방치돼 흉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박람회장 조성에 투입된 선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차입금 4846억원 가운데 지난해 폐막 후 결산하면서 1000억원을 상환해 현재 3846억원의 정부 빚이 남아 있다. 정부가 투자금 회수에 몰두한 나머지 민간업체에 사후활용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박람회장의 핵심시설을 조성하고 나머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해양레저관광단지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 관람객 유치가 가능한 기본 시설을 설치하는 등 큰 틀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사후활용추진위원회 이상훈 사무처장은 “박람회장 사후활용을 하려면 해양가치를 구현하는 콘텐츠 개발 등 정부의 공적 영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수박람회 당시 LED조명 영상으로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디지털 갤러리 시설은 폐막 이후 멈춰 있다.(왼쪽) 엑스포해양공원으로 재개장한 이후에도 여수박람회 전시관 시설 대부분에 출입을 막는 펜스가 설치돼 있다.
◆국제약속 여수프로젝트 “나 몰라라”

여수박람회 개최 후 유산으로 남는 것은 여수프로젝트사업이다. 정부는 박람회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개발도상국의 해양문제 해결을 위해 박람회 이후에 1000억원을 조성해 지원하는 여수프로젝트 사업을 약속했다. 박람회 유치전이 치열하던 2007년 11월 당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수프로젝트 사업 추진을 국제사회에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수프로젝트사업은 개발도상국의 해양환경과 기후변화 등 해양문제 대처 능력 향상을 지원해 국제사회의 공존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구상이 담겨 있다.

박람회 유치 후 2009∼2012년 3년간 정부가 100억원을 투자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이후 민간기부 등을 통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본 사업을 추진한다고 약속했다.

여수프로젝트사업의 시범사업은 이미 정부 지원금 100억원이 확보돼 여수박람회 기간에 80억원을 개발도상국의 해양문제 해결에 사용했다. 나머지 20억원은 여수박람회재단에서 사용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시범사업의 약속은 지켜진 셈이다.

하지만 여수박람회가 폐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수프로젝트의 본 사업은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여수박람회 폐막 후 지난해 9월 정부지원위원회를 개최하고 여수프로젝트 사업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원칙을 명시하는 등 실천 의지를 보였지만 말잔치로 끝났다.

정부는 아직까지 여수프로젝트사업의 기금을 한 푼도 조성하지 못했다. 여수프로젝트사업 기금은 박람회 수익금과 민간 기부금, 국제기구 출연분 등으로 조성하도록 돼 있다.

여수프로젝트사업 기금이 전혀 조성되지 않았지만 해양관련 국제기구에서 기금 지원과 관련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자칫 국제사회의 신인도 하락과 국제 망신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여수=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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