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무어·커샌드라 필립스 지음/이지연 옮김/미지북스/1만8000원 |
태평양 하와이 제도의 외딴섬 미드웨이는 새들의 낙원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각양각색의 새들이 먼바다에서 둥둥 떠내려오는 플라스틱을 먹고 산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먹은 새 새끼들은 대부분 죽는다. 어른 새들은 플라스틱을 먹어도 역류시켜 토해내지만, 생후 5개월이 안 돼 역류할 힘이 없는 새끼들은 소화관이 막혀 죽는다. 바다거북도 플라스틱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먹이인 해파리로 착각해 비닐봉지를 삼키기 때문이다. 수백 년 산다는 바다거북이는 소화관이 막혀 몇 년 못 가 죽는다. 1970년까지만 해도 없었던 플라스틱 쇼핑백은 2011년 한 해 전 세계에서 약 5000억개가 사용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에선 거대한 플라스틱 부유 덩어리들이 떠다니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할 것이다.
플라스틱의 해양 오염 문제를 르포 기사를 통해 알린 환경운동가 찰스 무어는 신간 ‘플라스틱 바다’를 써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알렸다. 무어는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을 엉망으로 만드는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다. 태평양 바다에 거대 쓰레기 지대가 있다. 한반도의 7배 크기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이다. 그냥 플라스틱이 아니다.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 알갱이 형태로 떠다닌다. 문제는 이런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먹이사슬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찰스 무어가 2008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양 어류의 주 먹이인 샛비늘치 670마리 가운데 35%가 1㎜ 내외 크기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삼켰다. 샛비늘치는 참치나 고래의 주요 먹이라서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타고 이동한다. 더 심각한 것은 플라스틱이 해양의 유독 화학 물질을 빨아들이고 내뱉는다는 것. 공업 지대 해안의 플라스틱 조각은 일반 해안의 알갱이보다 독성 함량이 100만 배 이상 높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대형 어류와 사람은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플라스틱을 누적시킨다. 플라스틱 알갱이는 쉽게 썩지 않고 수거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은 연간 3억t이나 만들어낸다. 인간은 흥청망청 비닐봉지와 페트병을 쓰면서도 플라스틱이 외딴 지역의 매립지로 흘러갈 것이라며 안심한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바다 한가운데로 흘러들어 해양을 오염시킨다. 바다 물고기들은 플라스틱을 섭취하기에 이른다. 조만간 그 쓰레기가 다시 우리 인간에게 역습을 가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뱁새 한 쌍이 갖가지 색깔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널려있는 백사장을 거닐고 있다. 작은 사진은 저자가 바닷속에서 건져올린 따개비와 조개들이 다닥다닥 붙은 플라스틱 쓰레기들. 미지북스 제공 |
바다에 플라스틱이란, 동네 수영장에 상어가 있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일이다. 플라스틱은 침입종과 같다. 일단 정착하면 사라지지 않는다. 바다는 어느 정도까지는 오염 물질, 심지어 석유까지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석유에 촉매가 더해져 합성 스티로폼 즉, 플라스틱이 된다면 소멸되지 않는다. 다만 축적될 뿐이다. 그런 것들이 지구에 매년 3억t씩 쌓이고 쌓이는 속도나 양은 기하급수적일 것이다. 그중 바다에 이르는 비율이 5%밖에 안 되더라도 엄청난 양이다. 저자는 “1㎜보다도 적은 플라스틱 알갱이는 어류와 해산물을 통해 나도 모르게 내 몸속에 스며들어 조만간 암보다도 더 위험한 질병으로 인간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