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은화 매입 등 투자 적극적 모색
“한반도 통일되면 시너지 효과 막대”
짐 로저스 지음/이건 옮김/이레미디어/1만6500원 |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는 북한에 대단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시대를 거스르는 ‘이상한 나라’ 북한에 기대를 걸다니 정신나간 소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짐 로저스는 한창 뛸 나이인 37세에 벌써 평생 벌 것을 다 벌었다며 현업에서 은퇴해버렸다. 그는 항상 통념을 뛰어넘는 투자로 유명하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종목을 사들여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 그런 이력의 로저스가 북한에 투자하라고 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막 벗어난 미얀마에도 주목하라고 권한다. 과연 북한을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는 무얼까.
신간 ‘세계경제의 메가 경향에 주목하라’에서 로저스는 북한이 머지않아 개방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해지펀드의 큰손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공동 창업했다. 이후 10년간 수익률 4200%를 냈다. 믿을 수 없는 정도다. 같은 시기 월가 평균 수익률은 47%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지금 북한은 공장, 호텔, 음식점 등을 지을 여건이 무르익었다. 남한 사람들의 북한 여행은 십중팔구 호황을 맞이할 것이다.” 그는 현재 북한과 미얀마에 투자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앞으로 두 나라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가 가장 짜릿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장성택의 처형으로 중국 군대는 벌써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해 압록강 연변에서 훈련 중이다. 중국 사람들이 북한에 통크게 투자하고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그는 충고한다. 물론 개혁성향의 장성택이 급작스럽게 사라져버려 당분간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로저스는 통상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해 큰 돈을 번 재테크를 하는 사람이다. 북한의 가치를 멀리 보고 투자하라는 얘기다.
로저스는 통일한국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북쪽의 값싸고 숙련된 노동자, 천연자원이 남쪽의 자본, 기술, 경영력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그런데 미국과 일본이 한국 통일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미국에 대해 “일본이 통일에 소극적인 이유는 분명한데, 미국 관료들은 지능이 부족하고 사고 전환이 느려서, 한국이 분단 상태로 유지하는 쪽이 더 편하다”면서 “미군 수천 명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데, 이런 산업이 지속하여야 관료들이 먹고산다”고 비판한다. 로저스는 올 초 싱가포르 국제동전전시회에 나온 북한 금·은화를 몽땅 사들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를 둘러싼 기자들에게 “동전과 우표는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면서 같이 투자하자고 권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북한에 대해 멀리 보고 장기 투자하라고 권하는 뉴욕 월가의 큰손 짐 로저스. |
로저스는 “제국은 항상 과도하게 확장하려다 실패했다. 이집트와 로마제국이 그러했고, 영국과 스페인이 과도한 확장정책으로 몰락했다.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몰락 이후 미국은 경제, 군사, 지정학적으로 권력을 휘둘렀지만, 지금은 쇠퇴 조짐이 완연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 경기 회복은 일시적이라고 치부해버린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로저스는 “양적완화는 2015년 말까지 지속할 것”이라면서, 금은 사지 말고 설탕, 천연가스, 비금속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한다. 내년 투자 방안으로 미 채권과 일본 엔화 투자는 피하고 러시아 루블화, 중국 위안화 매입을 권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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