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고급두뇌 찾아 해외로
대기업은 ‘고급두뇌’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2012년 전세계 해양 플랜트의 31%를 수주한 조선업계는 기획·설계역량 부족으로 부가가치 절반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감수해야 했다. 대형교량을 비롯한 육상 플랜트 역시 수주액의 30∼40%를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바치고 있다. 이런 국부 유출을 막으려면 해마다 750명 정도의 고급 설계인력이 필요하나, 국내에서는 연간 10명 미만이 배출될 뿐이다. 대기업이 해외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국내 일자리 미스 매치는 숙련·보상·정보의 불일치가 얽힌 복합적인 병폐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숙련의 불일치는 주로 기업이 원하는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 수준을 교육기관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박연우 한국무역협회 기업경쟁력실장은 “산업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면 대학은 이공계 중심으로 대폭 재편돼야 한다”며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첨단 분야의 고급인력 배출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숙련인력을 공급해야 할 특성화고 역시 첨단설비가 도입돼도 운영할 교사가 없어 놀리는 일이 적지 않은 만큼 직업교육 훈련의 근본적인 개혁이 절실하다. 공대에 진학하면 ‘공돌이’라는 놀림을 받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경직된 교육체계가 낳은 인력 양성의 암울한 현실이기도 하다.
주로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보상의 불일치는 임금·복지·장래성의 3저(低) 현상이 그 발단이 됐다. 대기업 대비 임금수준은 66.7%, 복지는 52.6%에 그치는 중소기업의 현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근로복지기금 조성 등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부터 개선되지 않고서는 풀 수 없는 난제이다. 구직자와 기업 간 연계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정보의 불일치에서 벗어나려면 고용센터의 기능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저부가가치 산업이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으로 탈바꿈하지 못하면 인력 충원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런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재설계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에 맞춰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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