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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다시 점화된 블랙홀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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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05 21:26:59 수정 : 2014-02-05 21: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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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박사·물리학자들 이론 대립
상대론·양자역학 통합한 접근 요구
얼마 전 세계적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온라인에 올린 짧은 논문 하나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40년 전 자신의 이론과 배치되는 듯한 ‘블랙홀은 없다’는 주장을 담았기 때문이다.

블랙홀은 보통 ‘중력이 너무 세 빛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시공간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듯 우주인이나 우주선이 블랙홀에 빠지게 되면 탈출도 못하고 구조신호조차 보내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천체의 질량이 너무 무거울 때 중력붕괴와 함께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블랙홀이 생성될 수 있다.

강한 중력에 의한 블랙홀이 존재할 것이란 것은 이미 18세기부터 예상돼 왔지만 막상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은 눈으로 볼 수도 없어 직접적인 증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블랙홀은 직접 못 보더라도 다른 별과 짝을 이룰 때 X선이 방출되면 간접적인 관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다양한 관측 방법을 활용해 지금까지 백조자리의 X-1, 거대 마젤란성운의 LMC X-3 등 우주 곳곳에서 블랙홀의 존재가 입증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은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은하 중심부에도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 이르는 초거대 블랙홀이 자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블랙홀 자체의 안정성과 빛의 탈출을 가름하는 경계인 ‘사건지평’ 등 핵심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상대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한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1974년 호킹 박사는 고전상대론에 양자장론을 접목해 ‘블랙홀이 서서히 에너지를 방출하며 증발한다’는 혁신적인 결과를 내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실 블랙홀에서 복사의 형태로 에너지가 나온다면 블랙홀도 검다고 할 수 없게 된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물리학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호킹 복사가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와 위배된다는 점이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시스템의 정보는 파동함수에 모두 담겨있고, 이는 시간이 지나도 보존된다.그런데 블랙홀에서 나오는 복사는 양자 상태가 뒤죽박죽이 돼 원래의 정보를 잃어버리게 된다. 즉 누군가 블랙홀 외부로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해도 그 내용이 뒤죽박죽이 되는 셈이다. 지난 40년간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이론물리학자들이 이 정보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묶는 다소 황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론을 시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고전 상대론 관점을 중시하는 호킹 박사와 양자역학적 관점을 중시하는 끈이론 물리학자 레너드 서스킨드 교수가 공개적으로 ‘블랙홀 전쟁’ 을 치르기도 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호킹 박사는 최근의 논문에서 양자효과를 고려해 자신의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했다. 즉 블랙홀이 증발할 때 물체의 정보는 카오스적으로 뒤섞여 밖으로 배출된다. 또한 양자역학적 효과로 블랙홀의 사건 지평은 흐릿해지긴 하지만 외관상 꽤 오래 유지된다. 사실 블랙홀은 준 안정적인 상태이지만 실제로 모두 증발하기까지 우주 나이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리므로 블랙홀에 대한 우리의 현재 인식을 당장 크게 바꿀 필요는 없다.

호킹의 주장은 아직 수학적 뒷받침은 부족하지만 ‘블랙홀 전쟁‘이후 다시 블랙홀과 관련된 과학적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그러나 블랙홀이 어떻게 형성되고, 입자를 방출하고, 증발 후 어떻게 되는 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완벽한 이론은 아직 없다. 가열되는 블랙홀 논쟁은 우리에게 현대물리학의 두 기둥인 상대론과 양자역학의 근원적 관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주고 있다. 천재 물리학자 호킹 박사가 생전에 이 블랙홀의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입자물리학, 천체 물리학, 그리고 우주론 분야의 수많은 물리학자들과의 집단적 협업이 궁극적으로 승리를 거둘 지 블랙홀 이론의 미래는 ‘신의 입자’ 사냥만큼이나 흥미롭고 예측불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블랙홀은 한 번 빠지면 다시 같은 상태로 돌아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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