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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입국 대기 중 ‘꽝’… 외국인 관광객 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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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17 00:34:48 수정 : 2014-02-17 09: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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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버스 폭탄 테러
이집트 접경지 치안 최악 무법천지… 이슬람 무장세력 무차별 공격 가능성
2012년에도 한국인 납치됐다 석방… 정부, 여행제한지역 지정… 논란 예고
16일(현지시간)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를 겨냥한 폭탄테러는 ‘아랍의 봄’과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축출로 혼란한 이집트 치안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그동안 군부와 경찰을 상대로 한 공격은 있어왔지만 이번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것이다.

◆테러발생 시나이반도는 어떤 곳


이날 변을 당한 한국인 관광객들은 성지순례를 위해 이스라엘로 입국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집트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 이집트 여행사가 시나이반도 관광을 주선한 것으로 안다”면서 “성지순례를 온 한국인들이 오늘 시나이반도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갈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집트 내무부도 성명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은 카이로에서 출발했으며, 폭발 당시 이스라엘 국경지역에 있었다”고 밝혔다.

폭발이 버스 앞 부분에서 발생하면서 앞쪽에 앉아있던 승객들의 피해가 컸다. 이집트인 기사와 가이드들이 피해를 입은 것도 이 때문이다. 목격자들은 “폭발이 발생해 버스 앞 부분이 완전히 날아가고, 지붕도 찢어졌다”며 “시신들과 신체 일부가 바닥에 뒹구는 것을 봤다”고 끔찍했던 현장 상황을 전했다.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집트 국경도시 타바는 시나이 반도에 위치한 휴양지다. 아름다운 홍해가 접해 있고, 여권만 있으면 입국할 수 있어 이스라엘인들에게도 인기있는 여행지다. 특히 타바는 성지순례객들이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적지 않은 한국인 성지순례객들이 타바를 거쳐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오간다.

시나이반도에서는 2012년 2월에도 한국인 관광객 3명이 현지 베두인 무장 세력에게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2012년 한국인 순례객 납치사건 이후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여행자제)에서 3단계(여행제한)로 상향조정한 이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여행제한’은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즉시 귀국하고 현지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가급적 취소, 연기하라는 경보다.

◆혼란한 이집트 정국

시나이반도는 평소에도 외국인 납치와 테러 공격이 종종 발생하는 위험 지역이다. ‘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철권 통치가 무너지고, 국민 손으로 선출된 무르시 전 대통령은 군부에 의해 쫓겨나면서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들은 중앙정부의 통치가 미치지 못하는 시나이반도를 근거지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집트 서쪽 접경국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로 유출된 무기 상당 부분이 시나이반도로 흘러든 것도 이들의 힘을 강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군인과 경찰을 노린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 지역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는 나일 델타 다카리야주 주도 만수르 경찰본부 청사에 폭탄테러 공격을 해 16명이 숨졌다. 라파지역 군부대에서도 자살폭탄 테러로 군인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집트의 정보·치안 당국은 무르시 축출 이후 외부 이슬람 무장세력이 대거 유입한 시나이반도의 상황을 단순한 치안 불안정에서 명백한 ‘무장 소요’로 바뀌었다고 진단하고 소탕작전에 나서고 있다.

무장단체와 정부군의 공격과 보복이 꼬리를 물면서 지난해 7월 무르시 축출 이후 100명이 넘는 군인과 경찰관이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관광객 버스 공격이 무장단체들의 ‘전략수정’이 아닌지 우려했다. 그동안 이집트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면 이제는 이집트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을 흔들어 정부에 타격을 주는 간접공격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무스타파 카멜 알 사이드 이집트 카이로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나이반도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최근 쉬운 목표물을 찾고 있다”며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위험도는 낮으면서 비용도 적게드는 승리를 안겨 준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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