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감식에 참여한 박영석 한국강구조학회장(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은 “붕괴된 건물을 육안으로 점검한 상황에서 사고 원인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감식 결과 가장 큰 하중을 받는 천장 중앙부가 꺾이면서 건물이 V자로 휘었다”고 근거를 들었다.
이에 따라 22일부터 학회 실무진, 구조기술사 회원 등 감정할 수 있는 조사단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원인을 밝히기 위한 공학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까지 리조트, 행사대행업체 관계자와 대학, 납품업체, 시청 공무원, 시공·납품·설계 업체 등 40여명을 불러 업무상 과실과 부실 시공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또 이날 사고 당시 56분 분량의 영상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혀 사고 원인 조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 확인 결과 체육관 지붕 붕괴는 13초에 걸쳐 순식간에 일어났다. 17일 오후 9시5분쯤 무대 뒤편쪽 지붕에서 ‘쩌억 쩌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사회자가 뒤를 쳐다보는 순간 지붕 왼쪽과 오른쪽이 V자 형태로 동시에 붕괴되면서 체육관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고가 나자 학생들은 무대 맞은편 쪽 출입문과 오른쪽 벽면에 난 또 다른 출입문 등을 향해 흩어지면서 신입생 환영회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실내 조명이 꺼져 화면이 컴컴한 상태에서 학생들의 “살려 달라”는 비명과 울음 소리만 들렸다.
경찰은 “사고 50분 전부터 붕괴 조짐이 있었다는 일부 진술은 동영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학생들은 평온한 상태로 환영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 입장과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해 영상은 비공개할 방침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하기로 했다. 부산외대는 신입생 환영회 참사로 정신적·심리적 후유증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는 학생을 위해 심리상담센터를 강화하는 등 치료에 본격 나섰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인·허가 과정, 건축시공, 안전점검, 관리상 불법성과 과실 유무를 철저히 조사해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 책임자를 엄정 조치하라”고 이성한 경찰청장에게 주문했다. 정 총리는 이어 “더 이상 이런 후진적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과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며 27일 시·도지사가 함께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번 사고 당시 현장에 갇힌 후배들을 구하려다 숨진 부산외대 학생 양성호씨에 대해 “의사자로 선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관련 위원회 개최 등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경주=장영태·이정우 기자 3678jy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