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 뚜,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17일 오후,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김소정(17)양의 어머니 김정희씨는 전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민간 잠수부들이 배 안에 아직 생존자들이 있는 걸 확인했대요. 보세요. 신호음이 울리고 있잖아요.
이건 전화기가 물에 잠기지 않았다는 증거 아닌가요?”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이내 “제발 우리 딸 좀 살려 주세요”라며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7일 오후,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김소정(17)양의 어머니 김정희씨는 전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민간 잠수부들이 배 안에 아직 생존자들이 있는 걸 확인했대요. 보세요. 신호음이 울리고 있잖아요.
이건 전화기가 물에 잠기지 않았다는 증거 아닌가요?”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이내 “제발 우리 딸 좀 살려 주세요”라며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씨가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시간은 지난 16일 오전 9시14분. 김양은 “엄마. 이상해. 배가 좀 기울어 있어”라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선실로 올라와 있다는 딸은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는지 전화기 너머로 소녀들의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불길한 생각이 든 김씨는 “왜 배가 기울었어?”라고 물었지만 김양은 “나도 잘 몰라”라고 대답했다. “어디쯤이니? 창밖에 뭐가 보여?”라고 묻자 딸은 “글쎄 어딘지 모르겠는데”라더니 곧 “어! 창밖으로 물이 보여”라며 목소리가 굳어졌다. “선생님이 카카오톡으로 구명조끼 입고 기다리래”라는 딸의 말에 김씨는 “그래 시키는 대로 구명조끼 입고 기다려”라고 대답한 뒤 “다시 전화해”라고 당부했다. 그 후 통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오전에 사고현장에 가보니 구명정에 산소통도 없었고, 아무도 물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며 정부의 구조작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야속한 바다 한 실종자 가족이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담요로 몸을 감싼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
팽목항에 임시로 설치된 소방대책본부 천막 앞에는 하루종일 담당 공무원들에게 항의하는 가족들의 고성이 오갔다. 2학년 1반 우소영양의 오빠인 우현재(20)씨는 “어제는 다 구조됐다고 하더니 번복하고, 오늘은 낮 12시 반부터 공기를 주입한다더니 오후 5시에야 산소 공급장비가 도착한다고 하니 이제는 정부에서 하는 말을 하나도 믿을 수 없다”며 “여동생이 (어제) 오전 9시20분쯤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전화가 와서 ‘10분 뒤 해양경찰이 구조하러 온대’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구하지를 못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9시쯤 김수현 해양경찰청장이 팽목항 임시소방본부를 찾아 가족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격앙된 실종자 가족들은 김 청장을 강하게 규탄했다. 김 청장이 앞선 브리핑에서 “선내에 결국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한 데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처음부터 구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하고 시간만 끌고 있는 것 아니냐”고 오열했다.
오후 11시쯤에는 한 남성이 수영복 차림으로 “딸을 찾으러 들어가겠다”고 나서 경찰이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도 정부와 해경의 더딘 구조에 실망한 가족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진도=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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