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윤모(21) 일병 폭행 사망사고에 국회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분노를 쏟아냈다. 국회 국방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4일 긴급현안질의에서 강한 질타를 퍼부었다. 여야 지도부도 연일 무사안일한 군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군 수뇌부 문책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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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장관(왼쪽)과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4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에 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이날 열린 여야 지도부 회의의 시작과 끝은 ‘윤 일병 사건’이었다. 거의 모든 참석자가 이 사건을 언급했고, 국방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전날 책상을 내리치며 한민구 국방장관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강한 톤을 유지했다. 재보선 참패 후 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와 국방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한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그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군대에 간 자식이 온몸에 멍이 든 주검으로 돌아왔다”고 일갈했다.
국방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도 오전 오후로 나누어 한 장관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았다.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강한 분노와 질책을 쏟아냈다. 국방위원인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제2의 군대판 세월호 참사”라면서 “지휘부가 사건을 은폐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고, 만약 직무유기가 아니라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군대 내 폭행 사건 중에서도 가장 극악한 사건으로 군대판 ‘악마를 보았다’”라고 질타했다. 국방위는 5일 사건이 발생했던 28사단을 방문하기로 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북 정치범 수용소에서나 일어날 일을 국민이 보게 하였다. 폭행사건이 아니라 고문”이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이 해당 사건을 언론보도 후 인지했다고 발언한 것도 의원들의 분노를 샀다.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은 “이게 말이 되느냐. 군 내부에서 일어난 엄청난 악행을 보고받지 못하는 국방부 장관이 뭐하라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한 장관에게 이번 사고 및 인지시점에 대한 서면답변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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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국방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폭행으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사진을 공개하며 회의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를 질책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군 폭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지휘라인에 있는 사람은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며 “소대장에서 육군참모총장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군이 민주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한 지 한 달여밖에 안 된 한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분출되는 모습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한 장관이 모든 걸 걸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야당은 한 장관을 넘어 당시 국방부 장관인 김관진 현 청와대 안보실장까지 겨냥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구타의 대물림, 항거불능의 가학성과 잔인성이 어떻게 병영 내에 존재하고 은폐될 수 있는 것인지 국방부 장관께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주실 것은 물론, 그 당시의 국방장관인 현재 김 실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발방지책 봇물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은 “국회가 나서서 군의 잘못을 수술할 수 있게 하는 옴부즈맨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은 “유족과 민간전문가, 국회 등이 참여하는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윤후덕 의원은 “차라리 엄마에게 이를 수 있도록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휴대전화 보유 허용에 대해 “그 부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방위는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병영문화 혁신특위 구성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건의키로 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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