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고소 5인 ‘십상시’와 일치 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보도로 명예가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낸 인사들이 청와대 문건에서 거론된 소위 ‘십상시’ 명단과 일치한 것으로 확인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누군가 이들에게 십상시 실명이 기록된 청와대 문건을 누설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 문건을 보지 않고서는 자신들이 십상시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이 또 다른 위법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에 십상시로 적시된 청와대 행정관들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 사장 등 6명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고소인 중에는 신동철 정무비서관,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과 음종환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김춘식 행정관, 이창근 제2부속실 행정관이 들어 있다. 이들은 본지 보도를 통해 본인 실명이 특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본지의 실제 보도 내용과 많이 다르다. 본지는 정씨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외에는 다른 십상시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름의 알파벳 이니셜조차 언급하지 않은 채 ‘정무수석실과 홍보수석실 근무자’ 등으로 지칭하거나, 흔한 이니셜인 J, L 등으로 표기해 특정하지 않았다. 본지 보도 후에 십상시 명단이라며 이른바 ‘찌라시’가 떠돈 것이 있긴 하지만 실제 명단과는 달랐다.
그런데도 비서관과 기획관, 행정관을 합쳐 300여명에 달하는 청와대 근무자 중에서 고소인들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에 자신들이 십상시로 지칭됐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심지어 감찰 실무선에서 십상시 포함 여부가 검토됐다가 최종 보고서에서 빠진 C비서관 역시 ‘자신이 문건 속의 십상시’라고 본지를 상대로 고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내용을 십상시로 지칭된 당사자에게 누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 버전으로 작성된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을 누군가가 청와대에서 모두 복구해 낸 다음 이를 십상시로 지칭된 당사자들에게 흘렸다는 것이다. 특히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속의 십상시들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비서관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문건 누설’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검찰이 문건의 진위를 가리는 수사를 하면서 공개하지 않는 내용 중 일부가 언론에 흘러나오는 것도 청와대가 일부러 정보를 흘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언론 기사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민정수석실 문건 내용을 청와대 직원 본인들이 어떻게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관련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