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은 임시정부가 제정 지난 1월22일은 고종황제 서거일이다. 고종이 1919년 돌아가시자 극에 달한 백성들의 슬픔은 3·1운동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기우는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 시도했던 고종의 눈물겨운 노력들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고종은 1897년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선포하고 천제, 즉 하늘의 제사를 지냈다. 천제는 대표적인 천손의 행사로서 태곳적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사대주의 색채가 짙어진 조선시대에 이르러 천제의 맥이 끊겼다. 위화도 회군 때문에 중국이라는 ‘큰집’이 생겼으니 ‘작은집’이 제를 지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조선 왕조는 우리 민족이 대륙을 통치했다는 내용을 담은 역사책들을 수거하고 파기해 ‘큰집’에 예의를 다했다. 심지어 어떤 임금은 그런 역사책들을 가진 백성들을 사형에 처하기도 했다. 그때 사라진 역사책들의 명단만 애처롭게 남아 있을 뿐이다.
고종황제는 무엇보다도 천제를 부활함으로써 중국 황제와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려 했다. 고종이 천제를 지낸 환구단은 현재 사적 157호로 지정돼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일부가 남아 있다.
환구단은 원구단이라고도 하는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다는 고대 우주관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둥근 천단에서 천제를 지낸 흔적은 놀랍게도 홍산문명 유적지에도 남아 있다. 천제는 오늘날 강화도 참성단 행사, 태백산 개천행사, 민족종교들의 자체 행사 등으로 겨우 맥을 이어가고 있다.
환구단을 가보면 ‘황성옛터’가 따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일제가 건물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철도호텔을 지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철도호텔이 오늘날 조선호텔이 됐다. 이제는 달랑 건물 하나 남아 있고 담장도 없는데 안내문을 읽은 외국 관광객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고종은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으로 바꿨다. 덕분에 후손들은 ‘대한민국’이라는 훌륭한 이름을 가진 나라를 세울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여기서 ‘대한’이란 말은 ‘삼한’, 즉 고조선이 넓은 영토를 ‘마한’ ‘번한’ ‘진한’으로 나눠 통치한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따라서 ‘한국’이란 곧 ‘고조선의 나라’라는 뜻이다.
자랑스러운 태극기도 고종의 지침에 따라 박영효 수신사가 그린 것이다. 독자는 우리 태극기가 5500년이나 됐다는 사실을 아는가? 원래 태호복희가 만든 태극기는 태극을 팔괘가 둘러싸고 있었다. 팔괘는 천문 사괘 ‘건-이-감-곤’과 지리 사괘 ‘태-진-손-간’으로 이루어졌다. 이 팔괘의 이치를 깨닫는 것을 ‘천문지리무불통달’이라고 한다.
일본으로 가던 배에서 영국 선장이 ‘팔괘 태극은 중국이나 일본에도 흔해 어느 나라 국기인지 모른다’ 충고하자 박영효는 즉석에서 지리 사괘를 뺀 국기를 만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천문 사괘 ‘건-이-감-곤’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태극기다.
이리하여 태극기는 세계의 수많은 국기 중 유일하게 ‘우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태극기 덕분에 ‘태극전사’는 우리 선수가 됐고 ‘태극날개’는 우리 국적기가 된 것이다. 이 모두 고종 덕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우리가 당연한 듯이 사용하고 있는 책력의 관련법령도 고종의 1895년 태양력 채택 칙령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100년도 더 지나 마침내 2010년 7월2일 대한민국 국회가 ‘천문법’을 공포하면서 고종 시대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고종은 개천사상을 바탕으로 국혼을 바로 세우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 숭고한 저항은 나라를 빼앗긴 후에도 이어져 1911년 상해 임시정부가 개천절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요즈음 개천절을 제정하자고 주장하면 아마 어림 반 푼어치도 없을 것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
공개되면 압수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환단고기’는 숨겨질 수밖에 없었다. 계연수는 1920년 일본 헌병들에게 체포돼 사형을 당하고 사지가 절단된 시신은 압록강에 버려졌다. 이런 이유로 ‘환단고기’는 해방 후 수십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었다. 개천절이 제정된 해와 ‘환단고기’가 편찬된 해가 같은 1911년이라는 사실은 하늘의 메시지가 아닐까.
세계일보가 곧 역사 바로잡기 대장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일제에게 35년 식민통치를 받고 난 후 두 배의 세월, 7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식민사학을 가르치는 우리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대의 때문이다.
정말 만시지탄의 감을 지울 수 없다. 올해 2015년, 광복 70년을 맞이하여 특히 환인, 환웅, 단군으로 이어지는 삼성조 시대가 바로잡혔으면 한다. 고종황제의 가르침처럼 대한민국은 개천사상을 바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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