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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쌓기에 숨가쁜 청춘, 쉼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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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05 19:45:49 수정 : 2015-06-05 19: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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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청년 안식년 문화' 보급 앞장… 안시준 한국갭이어 대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화두 중 하나는 ‘스펙(spec)’이다. 스펙은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할 학력이나 학점, 자격증 등을 일컫는 말로, 본래 제품의 특징을 설명할때 쓰는 단어지만 구직자들의 수치화된 능력을 의미하는 말로 확대됐다. 최근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스펙을 위해 방학때도 쉬지 않고 학원을 다니거나 공부를 하면서 바쁜 삶을 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스펙 중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람이 있다. 자격증이나 점수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쉬어보라고 권하고, ‘천천히, 느리게’ 살아보라고 말한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한다”는 안시준(30) 한국갭이어 대표를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한국갭이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갭이어(Gap year)’는 ‘쉬는 해’ 라는 뜻으로,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여행·교육 등을 통해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이다. 1960년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1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등장한 개념으로, 아일랜드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 제도화됐을 정도로 해외에서는 꽤 보편적인 프로그램이다. 한국갭이어는 2012년부터 청년들의 ‘휴식’을 돕고 있다. 현재 연간 1000여명이 한국갭이어에서 컨설팅을 받는다.

안시준 한국갭이어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갭이어(Gap year)’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문 기자
안 대표는 “직업을 가지면 30년 정도 그 일을 하는데 너무 쉽게, 혹은 환경에 맞춰서 결정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1년 정도 쉬면서 진로를 찾는 시간을 갖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갭이어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는데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조언을 구하기 어려워한다”며 “자신이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찾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갭이어에서는 ‘그리스 시니어 복지케어 인턴십’, ‘프랑스 파리 가죽공예 인턴십’,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와 스페인어 배우기’ 등 인턴십·교육 프로그램부터 ‘아르헨티나 고래관찰대’, ‘하버드생과 함께하는 우간다 깨끗한 물 만들기’ 등 봉사활동까지 총 200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저 낯선 도시에서 살아보는 프로그램도 있고, 부산 혹은 전주 등에서 살아보는 국내 프로그램도 많다. 모두 한국갭이어가 발굴·기획한 것들이다. 안 대표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현장에 찾아가 관계자를 만나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는데 외국에서 반응이 좋다”며 “‘한국 청년들이 고등학생때 하루에 16시간씩 공부를 하고 단 한번의 수능으로 서열화된 대학에 입학해 직업을 선택한다’고 하면 대부분 굉장히 안타까워하면서 60% 정도는 같이 해보자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한국 청년들이 슬픈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아니겠냐”며 “한국 사회는 청년들을 너무 몰아간다. 다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가 말하는 갭이어는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이다. 그는 “앞을 볼 수 없을때, 내가 10년뒤에 뭘 하고 있을지를 모르겠을때 갭이어를 가져보라”고 추천했다. 필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안 대표는 “한국 청년들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말하는 기준에 맞춰 살려고 하고, 이상과 다른 현실에 좌절한다. 자신에게 못난 점이 있다면 못났다고 인정하면 되는데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라며 “갭이어 동안은 자신에게 솔직해져야한다. 남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은 표현하면 어느 순간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갭이어의 활동가는 10여명.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소정의 교육비를 받아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 하고 있지만 투자가 잘 되지 않아 운영이 쉽지많은 않다. 그러나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참가자들의 인생이 변하는 것이 바로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프로그램을 끝내고 돌아온 이들의 얼굴이 행복하게 변한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차다”며 “어떤 이들은 본격적인 프로그램 전 컨설팅을 받은 것 만으로도 표정이 바뀐다. 그걸 볼때면 나 역시 행복해진다”며 웃었다.

그의 꿈은 갭이어를 한국의 보편적인 문화로 만드는 것이다. 안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계속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내가 행복할 때는 ‘다른 이들이 행복하게 변하는 모습을 볼때’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갭이어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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