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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자가격리' 30대 주부의 하루

입력 : 2015-06-09 18:39:58 수정 : 2015-06-11 13: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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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상과 단절… 방치된 느낌, 정보 공개 늦춘 정부 원망스러워”
서울 강남 지역 학교가 메르스 여파로 일괄 휴업 조치가 내려진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엄마, 놀이터 가서 놀자.”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평택성모병원에 방문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25일 배가 아프다고 우는 다섯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을 때까지만 해도 설마 내가 자가 격리자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저 집 근처 병원을 갔을 뿐인데…. 오늘같이 이렇게 아이가 밖에 나가자고 조르는 날이면 미리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정부가 더욱 원망스러워질 뿐이다.

그날, 배가 아프다면서 하루종일 물도 넘기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평택성모병원에 갔을 때에는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이 응급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은 것은 병원 방문 후 닷새나 지난 뒤였다. “보건소입니다. 며칠 전 방문하셨던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여유가 넘쳤다. 이미 우리 아이는 평소처럼 어린이집에도 다녀오고,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는데 다른 아이들에게 옮기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집에 방문할 테니 일단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보건소 직원은 서류도 안 읽고 왔는지 아이를 보더니 “어리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열이 나면 연락하라는 형식적인 말만 하고 돌아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집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질러 놓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도 금세 동났다. 메르스 접촉자가 된 마당에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그릇을 내놓을 염치도 없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음식재료를 주문했지만 날이 더워지자 악취를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도 속수무책이었다.

9일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메르스 안내판이 붙어 있다.
바깥세상과의 소통은 스마트폰이 유일했다. 하루 두 번씩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통화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젠 “열나면 연락하라”는 말이 전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와 함께 체온을 체크한다. 어느 날은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와서 “댁의 아이가 우리 아이와 놀지 않았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우리 아이가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도 격리 대상자였다는 이유로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보건당국과 시청에서는 우리 아이 나이도 확인하지 않았는지 자꾸 아이에게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한다. 아직도 세상은 메르스로 시끄러운데 우리 같은 사람은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이 든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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