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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까지 덮친 메르스… 속 타는 농심(農心)

입력 : 2015-06-10 19:40:37 수정 : 2015-06-11 00: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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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없어 수확도 못하고 농산물 주문 취소 속출
메르스로 농촌지역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져 농작물을 제때 수확하지 못하는 데다 수확을 하더라도 판매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메르스로 한 마을이 통째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전북 순창군은 농산물 판매에 직격탄을 맞았다. 수확철을 맞은 복분자와 오디, 매실, 블루베리 등의 주문이 연일 취소되고 있다.

순창의 한 복분자영농조합은 수확을 앞두고 받은 30여 건의 복분자 주문 가운데 절반가량이 최근 며칠 사이 취소됐다. 예년 이맘때면 하루 평균 10통의 예약전화가 걸려왔지만 지금은 끊기다시피 했다. 메르스 발병지역이라는 이유로 도시민들이 이 지역 농산물까지 기피하고 있어서다.

매실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순창지역의 매실재배면적은 290만㎡로 연간 1800t 정도를 생산한다.

순창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한창 주문전화가 들어올 철인데, 주문전화는커녕 예약취소 전화가 잇따라 걱정이라는 농가가 많다”며 “메르스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을 조사하고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내고장 농산물 사주기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때 전체 학교의 40%가 넘는 1645개 학교와 유치원이 휴업에 들어갔던 경기도에서는 급식자재 납품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들 학교 등에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는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속 600여 개 농가는 이번 휴업사태로 60% 이상 납품량이 줄었다.

납품을 위해 수확했지만 장기보관이 어려워 수확물을 폐기하는 농가도 있다. 용인시 원산면에서 1만5000㎡ 농지에서 얼갈이 채소 등을 계약재배하는 한 농민은 “휴업사태가 이어진다면 수확하지 않은 농산물들도 상품성이 떨어져 밭 자체를 갈아엎어야 할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일손부족으로 애써 키운 농작물을 제때 수확하지 못하는 농가도 있다. 경남지역은 마늘과 양파, 감자, 매실 등을 한창 수확할 시기다. 모두 수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작물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일손은 4만1000여명. 그러나 메르스 여파로 일손돕기 단체 자원봉사가 끊겼다. 농번기 일손돕기의 최대 지원처였던 군인들도 감염우려 때문에 올해는 농촌 봉사활동을 기피하고 있다.

경남도 농산물유통과 관계자는 “도청 직원들이 농가 일손을 돕기 위해 나서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홍보를 위한 축제와 행사, 직거래 장터 등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전북 고창군은 오는 19∼21일 개최 예정이었던 ‘복분자와 수박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강원 철원군도 의적 임꺽정의 활동무대로 알려진 고석정에서 진행하던 주말 농특산물 반짝 장터를 잠정 중단했다.

경북 성주군은 지난 4월 말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성주참외홍보관을 열었으나, 메르스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성주참외 홍보관은 개장 초기 당시 하루 평균 300㎏ 정도 팔렸지만, 최근에는 60∼100㎏으로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황숙주 전북 순창군수는 “메르스 바이러스와 농산물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만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며 “농산물을 예전처럼 많이 소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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