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르스 음성 판정에도…장례식장마다 '문전박대'

"메르스 환자 있던 병원 시신은 받을 수 없다"

“운구차에 죽은 아내를 싣고 반나절 동안 장례식장을 찾아 헤맸습니다. 걸리지도 않은 메르스 때문에 마지막 가는 길까지 힘들게 한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집니다.”

서모(58)씨는 10일 오전 5시 삼성서울병원에서 암 투병 중이던 부인 송모(55)씨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임종이 임박했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전날부터 자택이 있던 경기 오산시의 모든 장례식장에 전화로 예약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메르스 환자가 있던 병원의 시신은 받을 수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부인의 임종 이후 2시간 넘게 장례식장을 섭외한 끝에 서씨는 겨우 인근 화성시 A장례식장으로 운구차를 출발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운구차가 장례식장에 거의 도착할 때쯤 장례식장 측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송씨가 사망 직전까지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격리병동에 입원했던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송씨는 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치료를 받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음성판정을 받았다.

A장례식장 관계자는 “메르스 사망자 대응지침에 준해 염습을 하지 않고 바로 화장을 하도록 안내를 했고, 응하기 어려우면 다른 장례식장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드린 것”이라며 “장례식장 전체의 방역과 다른 유족들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서씨는 운구차를 입구에 주차한 상태로 A장례식장 측과 1시간이나 실랑이를 벌였다. 서씨는 결국 이곳에서의 장례를 포기하고 시민단체인 한국노년복지연합의 도움을 받아 이날 오후 화성시 B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릴 수 있었다. 부인 송씨가 임종한 지 7시간 만이다.

경북에서는 50대 여성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조치되면서 질병으로 숨진 남편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경북 영양에 사는 권모(59)씨는 지난달 27일 간암을 앓던 남편(70)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다녀왔고, 이후 발열 증상이 있어 9일부터 안동의료원에 격리됐다. 권씨 남편은 9일 오후 숨졌고, 이후 권씨는 음성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권씨에게 남편이 숨진 사실을 알린 뒤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쓰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했지만 권씨는 2차 정밀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상태에 계속 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노년복지연합은 메르스 확산 여파로 장례식장, 화장시설 관리자들이 시신처리를 꺼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4일부터 장례지도사 협회원으로 구성된 대책반을 구성해 장례지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병원에 머물렀거나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사망자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세준 기자, 대구=전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