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해보험, 당국-보험사 '동상이몽'

당국, 수익 일부 가져가는 방안 추진에도 보험사 시큰둥

정책보험 중 하나인 풍수해보험과 관련 당국은 민영보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민영보험사들은 가급적 한 발 물러서려는 모습이다. 이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이 없어 손해율이 낮아도 이익을 취할 수 없는 반면 손해가 발생하면 보험사의 주머니에서 꺼내 손실을 메워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은 손실보전준비금을 민영보험사가 직접 운용해 이익금의 일부를 가져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그마저도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민영보험사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21일 국가안전처 및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풍수해보험 활성화 방안에 따라 매년 쌓아두기만 하는 손실보전준비금을 보험사가 직접 운용하고, 운용 수익 일부를 보험사가 가져가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풍수해보험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자연재해 대비 보험이다. 대상 재해는 태풍·홍수·호우·강풍·풍랑·해일·대설 등 7가지이고 대상 시설은 주택과 비닐하우스를 포함한 농·임업용 온실이며 보험기간은 가입일로부터 1년인 순수보장형 상품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NH농협화재 등 5개 민영보험사가 참여, 판매한다. 보험료의 일부분(55%~86%)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며, 태풍 등으로 풍수해 피해가 발생하면 주택은 100제곱미터 기준 최대 9000만원, 온실은 500제곱미터 기준 433만원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국가안전처 관계자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이 발생하면 농민들의 피해가 크다. 풍수해 피해에 따른 재산상 손실을 소액으로 대비하기 위해 풍수해보험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주요 손해보험사들과 협의하기 위해 관련 자료 요청을 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풍수해보험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손해보험사의 실질적인 이익은 없고 손실 위험만 있어 참여가 저조했다”며 “보험사의 적극적인 판매 유도를 위해 손실보전준비금을 운용, 운용수익 일부를 보험사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법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손해보험사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풍수해보험은 한번 피해가 발생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가 아무리 운용수익 일부를 이익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한다고 해도 매력이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풍수해보험은 농민을 위한 다른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140%), 가축재해(140%)보다 보험사 손실부담률이 높다. 손해율 180%를 넘어야 정부에서 손실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 이하는 모두 보험사가 책임져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손해율이 171%까지 치솟았지만 정부는 180%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손실액은 모두 보험사가 부담했다. 이후 2013년에는 별다른 자연재해가 없어 손해율이 18%, 2014년에는 31%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익을 가져갈 수 없어 손해율이 낮아도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좋은 건 없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손실보전준비금을 운용해 수익을 낸다고 해도 전액을 가져가는 게 아니고 일부만 가져갈 수 있는 방침을 구상중으로 알고 있다”며 “손해보험사 입장에서는 위험은 거대하고 기대수익은 보잘 것 없는 정책상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관련 상품 비중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쉽지 않다”며 “메르스보험처럼 정부의 책임을 민간으로 떠 넘기려는 처사”라고 말했다.

풍수해보험은 2006년 도입된 이후 올해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보험가입률이 20%를 밑돌아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게 변경할 예정이다. 하지만 장마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김승동 기자 [e-mail]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