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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마리 이야기: 손끝의 기적' 소통의 무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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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2 13:58:00 수정 : 2015-12-05 14: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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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이어 올 여름 극장가도 1000만 돌파 영화(암살), 1000만 대기 영화(베테랑)가 두 편이나 나오는 등 한국영화의 위력이 세다. 여러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면서 박스오피스는 며칠째 큰 변화가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멀티플렉스를 방문해봤자, 이미 본 영화들뿐이라는 불평을 늘어놓는 관객들이 많다. 이런 분들을 위해 햇빛이 반짝이고, 초원이 펼쳐지고, 새가 지저귀는 영화 ‘마리 이야기: 손끝의 기적’(감독 장 피에르 아메리, 2014)을 소개할까 한다.

지난 20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마리 이야기’는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개봉일 기준 스크린이 39개다 보니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몇 차례 작은 규모로 상영되는 수많은 영화들에 대해 ‘스크린독과점’ 이슈와 연관지어 얘기한 적이 있는데, 개봉 규모가 바로 영화의 감동과 재미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수고 이후 큰 기쁨을 누릴 수도 있다. 

39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마리 이야기‘는 단지 우리나라 관객들이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영화일 뿐이고, 우리나라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거대 제작배급사가 개입되지 않은 영화일 뿐이다. 또한 같은 제목의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와는 다른 영화이고, 수녀가 주인공인 직설적 선교 영화도 아니다.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알려준다. 1895년 시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마리와 마리를 가르친 마가렛 수녀가 주인공인 이 영화에는 ‘프랑스 판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의 이야기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스포일러 방지 모드로 영화를 소개하자면, 숲과 초원이 펼쳐지는 곳에 청각장애인 대상 교육을 하는 수녀원이 있다. 수녀원으로 시청각장애인 딸 마리를 힘겹게 데려온 부모는 시각 장애 교육 경험이 없기에 교육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듣고 돌아간다.

그런데 마가렛 수녀는 왠지 마리를 떨쳐낼 수가 없다. 원장 수녀의 허락을 받고 마리의 집을 찾아가 수녀원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부터 마가렛 수녀의 고생길은 시작된다.

씻고, 입고, 먹는 일부터 수화를 배우는 일까지 모두 거부하기만 하는 마리는 아주 서서히 마가렛 수녀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마음을 열고, 마리의 교육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연다.

인위적이고 극적인 사건들을 배치하지 않고,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을 통해 변화의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마리의 세상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사이의 소통까지 보여줌으로써 세상에서 불가능한 소통이 과연 있을까라는 무한 긍정 마인드를 갖게 하기도 한다.  

프랑스 남부 론 알프스 지역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눈도 즐겁다. 수녀원의 고풍스러운 돌 건물 모습도 멋있고, 주변의 나무, 숲, 초원, 길, 하늘이 모두 밝은 햇빛과 어우러져 표현되어, 영화 전체적인 색감과 밝기가 평화롭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마리 역을 맡은 실제 청각장애인인 아리아나 리부아와 마가렛 수녀 역을 맡은 이자벨 까레 등의 연기도 볼만 하다. 자주 듣는 언어가 아니라 조금 낯설 수도 있는 프랑스어 대사들은 마리의 괴성과 마가렛 수녀의 속삭이는 목소리, 주변 자연의 소리들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영화 속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올 여름 영화관에서 스케일 큰 영화들을 보며 스릴감과 통쾌함에 흠뻑 빠졌었다면, 이번엔 녹음을 보며 잔잔한 감동에 빠져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너무 많이들 얘기해 지겨운 감이 있는 ‘소통’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해볼 수 있다.

단 미리 경고하자면, 훌쩍 여행이 가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휴가니 방학이니 끝나가는 이 시점에 말이다.

서일대학교 영화방송예술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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