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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혀지는 17세기 생활사…편지 2600여통 독해작업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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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10 13:24:27 수정 : 2015-11-10 13: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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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에게 빌려 간 돈을 돌려주셔야 할 것 같아요. 헤이그에서 오페라를 공연 중인 그 여자 말이에요. 당신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네요. 친구는 돈이 필요해요. 당신이 그를 구할 유일한 사람이에요. 제 친구는 파리로 가고 싶어 해요.”

편지는 반송됐다. 발신인이 말한 ‘당신’은 편지 받기를 거부했다. 파리에 가고 싶다던 음악가는 어떻게 됐을까? 안타깝지만 누구도 모른다.

“동생아, 부디 파리에는 오지 말아다오. 네가 여기 온다면 당장 군대에 끌려갈 거야. 나와 음악을 같이 하는 동료가 벌써 징집됐단다. 어쩔 수 없이 네가 파리에 온다면, 아무것도 가져오지마.”

그러나 편지 속 ‘동생’은 편지를 받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파리에 갔다가 무사했을까?

“당신은 내게 충실하기로 약속했잖아요. 나도 영혼을 당신에게 바치기로 했고요. 그런데….”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쓴 여성의 편지. 그러나 이 편지도 여성이 사랑한 ‘누군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혹시 남자의 사랑이 식었던 것은 아닐까?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우편박물관에 300년 넘게 보관되어온 편지 2600여통이 독해작업에 들어간다.

반송 등의 이유로 수신인에게 닿지 못한 편지는 지난 1926년 처음 헤이그의 우편박물관에 들어왔다. 약 90년 가까이 지나서야 내용을 알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영국의 옥스퍼드 그리고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와 예일대 관계자들이 독해에 투입된다. 편지 봉투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X-레이 장비도 동원된다.

편지는 귀족, 상인, 배우 그리고 음악가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어, 라틴어 그리고 독일어 등 편지를 구성한 언어도 다양하다.

가장 오래된 발신일은 1680년대이며, 그나마 최신이라 말할 수 있는 발신시기는 1706년이다. 당시는 계속된 전쟁과 정치적 격변이 심했던 때다. 학자들은 편지에 그 시대 생활상과 사회 배경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편지를 보관해온 네덜란드 헤이그의 우체국장 시몬 드 브리엔은 “독해는 그 시대 유물을 발견한 것과 같은 느낌일 것”이라며 “수신인은 유럽 전역을 돌아다닌 여행가나 유배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리엔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17세기 관련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편지 관련인들이 살아있지 않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독해 작업은 역사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가디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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