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황민영 씨(27세, 여)는 최근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녘에 깨는 일이 잦다. 2주 전부터 시작된 잦은 재채기로 인해 콧속에 상처가 생겼기 때문이다. 콧속 상처는 수일 전부터 부풀어올라 수면 중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황 씨는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부비동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평소 알레르기성 체질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니 뜻밖이다”라며 “단순 코감기라 생각해 일찍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설명했다.
◆면역력 떨어지면 노출 더욱 쉬워
청명한 하늘과 투명한 대기를 자랑하던 한국의 가을이 변하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때아닌 미세먼지주의보를 발령했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심각한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는 중국발 스모그다.
특히 지난 10일 오후부터 불어온 동북풍은 대륙의 스모그와 미세먼지를 서해 쪽으로 움직이도록 해 제주, 호남 등 한반도 일부 지역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세먼지, 황사 등 대기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이 더 이상 봄철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면서 알레르기성 비염 등 환절기 질환에 대한 계절을 막론하는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가을철 알레르기성 비염 진료인원이 늘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2010년부터 5년간의 진료인원 분석자료를 보면 알레르기성 비염 진료인원은 9월 급증해 전월 대비 2배 이상, 3월 대비 30% 이상 증가한 114만 6천여명을 기록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집먼지, 진드기 등이 매개가 되는 통연성 비염과 계절성 원인이 문제가 되는 계절성 비염으로 나뉜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 황사 등 대기 질을 떨어트리는 이슈가 자주 발생하면서 계절성 비염의 발생 빈도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호흡기센터 한남수 센터장(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알레르기성 비염이 외부의 알레르기 유발물질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평소 알레르기성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해 질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늦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필수 ••• 면역력 강화에 힘써야
알레르기성 비염은 외부의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인해 코 점막이 자극을 받아 발생한다. 지속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 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감기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증세를 방치하면 눈가 충혈, 가려움, 후각 감퇴, 두통 등의 증상이 후속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중이염, 부비동염, 인후두염, 결막염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감기와 유사한 증세라도 장기간 증세가 지속되고 발열이나 근육통이 없었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요즘과 같이 대기질이 좋지 않아 콧속 자극이 예상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코에 대한 외부 자극이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코에 이물이 들어갔을 때는 반대편 콧구멍을 막고 코를 세게 풀어 이물질이 빠져나오도록 하되, 손으로 코를 파거나 면봉을 사용하는 것은 콧속에 상처를 낼 수 있어 금한다. 만약 콧속에 상처가 생겨 출혈이 있을 때는 압박을 통해 지혈한 후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에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등 약물이 처방된다. 증세에 따라 수술적 요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에 대한 직접적인 처치 외에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정확하게 인지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면역력을 키우는 면역치료는 최근 알레르기성 비염의 치료에 적극 도입되고 있는 치료법이다. 호흡기센터 한남수 센터장은 “알레르기성 비염은 전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앓고 있는 대중적인 질환”이라며 “민간요법에 기대기보다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과 그에 따른 치료법을 채택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스팀 임한희 기자 newyork29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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