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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金의 애증… 40년간 한국 정치 ‘쥐락펴락’

입력 : 2015-11-22 19:30:49 수정 : 2015-11-23 00: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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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金)씨 말고는 정당을 만들어 성공한 사람이 없다.”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 2009년 서거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3김’씨가 한국 정치사에 미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목수가 집을 짓듯 정당을 마음대로 만들었다 부술 정도였고 ‘총재’, ‘대통령 후보’ ‘상도동’ ‘동교동’ ‘청구동’ 등 수식어가 늘 따라 다녔다.

3김은 1960년대부터 40년 간 영호남과 충청을 각각 지역기반으로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했다. 때로는 ‘협력’, 때로는 ‘경쟁’을 하며 ‘애증(愛憎)’의 삼각관계를 유지했다. YS와 DJ는 영원한 숙명적 라이벌이었고 JP는 YS, DJ 양쪽을 넘나들며 정치적 조력자로서 역할하는 등 3김은 얽히고설킨 복잡미묘한 관계를 구축했다.

1988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당시 김영삼 통일민주당(가운데), 김대중 평화민주당(오른쪽),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3김은 영호남과 충청을 지지기반으로 한국 정치를 40년간 좌지우지했다.
연합뉴스
YS ,DJ는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손을 맞잡은 동지였지만 권력을 놓고선 한 치 양보도 하지 않았다. 1968년 신민당 원내총무 경선을 시작으로 70년 대선후보 경선과 87, 92년 대선에서 양김은 정치적 운명을 걸고 진검승부를 펼쳤다. 1차 대결인 신민당 원내총무 경선은 YS 승리였다. 하지만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야권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맞붙었던 70년 대선 경선은 DJ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박정희정권과 5공 군사정부에서는 민주화 동지로 하나가 됐다. 양김은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를 만들어 1985년 12대 총선에서 ‘신민당’ 돌풍을 일으킨 뒤 직선제 개헌 운동과 87년 6월 민주항쟁을 주도했다. 하지만 1987년 12월 직선제 대선을 앞두고 갈라섰다. YS는 통일민주당, DJ는 평화민주당 후보로 각각 대선에 출마했고 결과는 민정당 노태우 후보의 승리였다.

훗날 DJ는 자서전에서 “나라도 양보했어야 했다, 너무 후회스럽다”고 자책했다. YS도 DJ 서거 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천추의 한이 됐지. 국민한테도 미안하고…”라고 당시를 회고하며 통탄했다. 이후 경쟁의 연속이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선 YS의 통일민주당과 DJ의 평화민주당이 원내 2당을 놓고, 92년 대선에선 대통령 자리를 놓고 전투를 이어갔다. DJ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해 제1야당 대표로 정계에 복귀해 96년 15대 총선에서 YS의 신한국당과 격돌했다. 그러나 YS는 1997년 DJ의 비자금 의혹 사건 때 검찰의 수사 유보를 결정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 DJ에게 97년 대선 승리의 길을 터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좌에서 물러 난 후에도 양김 갈등은 중단되지 않았다. YS는 DJ에 대해 ‘배신자’ ‘거짓말쟁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양김은 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만났으나 서로 외면한 채 다른 곳을 응시했다

양김은 죽음을 앞두고 ‘화해’했다. YS는 2009년 8월 죽음의 문턱에 선 DJ를 전격 찾아가 문병한 뒤 “이제 화해한 것으로 봐도 좋다. 그럴 때가 됐다”고 밝혔다.

양김이 권력을 놓고 협력과 경쟁을 했다면 JP는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양김과 정치적 연대를 했다. YS와는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당과 함께 내각제 개헌 추진을 전제로 3당합당을 했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JP는 YS의 집권을 위해 나름대로 역할했으나 95년 ‘팽’당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95년 자민련을 창당해 지방선거와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선전해 97년 대선에서 DJ의 당선을 위해 앞장섰다. 역시 내각제 개헌 추진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DJ도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JP의 속내가 궁금하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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