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사에서 여성의 역할, 특히 간호사에 대한 평가는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오지 못한 만큼, 이제 우리나라 여성의 역사에서 간호사들의 온당한 평가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신경림 국회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이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옥수)와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공동대표 정현백·안명옥)가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공동으로 주관한 '제5차 여성사박물관 포럼: 5천년 한국여성사, 이제 '집'이 필요하다'에서 강영심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독립운동가 간호사들을 만나다' 주제 발표를 통해 밝힌 것이다.
이날 개최된 '제5차 여성사박물관 포럼: 5천년 한국여성사, 이제 '집'이 필요하다'는 한국간호 112년의 역사를 새롭게 재정립 하고 앞으로의 한국간호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우리나라 여성사 정립에도 도움이 돼 국립여성사박물관의 성공적 건립에 힘을 보태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강영심 교수는 '독립운동가 간호사들을 만나다' 주제 발표를 통해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람은 300여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증거자료나 역사적 사료 미비로 인해 1만3천여 명만이 국가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았으며 이중 여성은 241명에 불과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강영심 교수는 특히, "간호사 출신 독립운동가들은 국내외에서 1907년부터 1945년까지 목숨을 걸고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웠으나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간호사는 13명에 불과하"면서 대표적인 간호사 독립운동가인 박자혜 여사와 정종명 여사의 삶을 돌아보고 역사적인 재평가를 하루빨리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근대 간호교육, 여성전문직의 첫 길을 열다' 주제 발표에 나선 옥성득 UCLA 한국기독교 교수는 한국 최초의 간호교육기관인 '보구여관(保救女館)'의 역사적 의미를 살펴본 뒤 "지난 25년 간 개항기와 대한제국 시기 의학사 연구는 심화되고 있으나, 간호사 연구는 적다"면서 "여전히 한국 의학사에서 간호사는 보이지 않거나 주변부에 밀려나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보다 본격적인 연구의 추진을 주문했다.
유분자 재외한인간호사회 이사장은 '간호사 디아스포라,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이끌' 주제 발표에서 "간호사야말로 희망의 디아스포라의 본보기"라며 "간호사의 해외진출은 일자리가 모자라던 조국의 실업난에 숨통을 틔워주고, 선진간호기술을 습득해 고국의 후배들에게 알려줬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백의의 천사'와 '동방의 나이팅게일'이 돼 민간외교사절 역할을 다하는 등 단지 외화획득의 효과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고 자평했다.
유분자 이사장은 이어 "성공적인 이민은 조국의 경계를 넓히는 것"이라면서 "디아스포라에 성공한 세계적인 두 민족인 유대인과 중국의 화교들이 그 표본이라고 할 때 해외진출 간호사들의 성공사례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박용옥 성신여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이명화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원 수석연구원, 김동섭 조선일보 보건복지 전문기자가 참석해 한국간호 112년의 역사적인 의미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고 향후 연구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한편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포럼행사 외에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한국간호역사사진전'을 별도로 개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사진전에서는 한국 최초의 간호교육기관이 설립된 1903년부터 현재까지 시대별 간호활동 사진을 정리해 전시해 한국 간호의 태동부터 시련과 도약, 성장과 발전의 간호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헬스팀 이경호 기자 kjeans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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