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육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관할한다. 이 때문에 교육에 관한 전국 단위의 일률적인 제도가 없고 교육청 단위로 미국의 기본 학제에 맞춰 각급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관할 학생 숫자가 가장 많은 뉴욕시 교육청 산하 학교에는 이중언어 몰입교육 학교가 스페인어와 중국어 학교밖에 없었다. 뉴욕시 교육청은 최근 러시아어, 히브리어, 일본어, 아이티의 언어인 크레올 몰입교육 학교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에 뉴욕시의 이중언어 몰입교육 학교는 180개로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년 사이에 25개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텍사스주 휴스턴시 교육청은 아랍어 몰입교육 학교를 올해 인가했다. 캘리포니아주 웨스트민스터시 교육청은 올해 베트남어 몰입교육 학교를 만들었다. 유타주는 이중언어 몰입교육의 선두주자이다. 주내 초등학교의 9%가량이 이중언어 몰입교육을 한다.
미국에서 이중언어 교육을 받는 학생이 영어로 공부하는 학생에 비해 언어뿐 아니라 수학 등 다른 과목에서도 성적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또한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이중언어 교육이 학교의 다양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자녀가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영어 이외에 다른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어 이중언어 교육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의 지원자가 매년 몇 배 이상씩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중언어 교육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교사가 이 프로그램을 잘 운영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자칫 잘못하면 영어도 못하고, 외국어 구사 능력도 떨어지는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능한 이중언어 교육 교사를 확보하는 일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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