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년간 27조 세입 편입” 자신
양성화 대책 실효성 논란 끊이지 않고
실적 부풀리기 등 안일한 대응 도마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 공약으로 내세운 140개 국정과제를 위해 5년간 50조7000억원의 세입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수가 매년 10조원씩 ‘펑크’나는 상황이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27조2000억원을 확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3년째인 현재 지하경제 규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급등했다가 2000년대 들어서며 수그러들었지만 최근 다시 30%를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1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정부의 양성화 대책이 겉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하경제 42년 새 569배 증가
20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하경제 규모의 추정방법과 추정치의 국제비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72년 7850억원 수준이던 지하경제 규모는 지난해 446조5100억원으로 약 569배 증가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제도를 도입한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1993년 카드사용액 소득공제, 1999년 금융실명제, 2005년 현금영수증제도 등이 지하경제 비중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이들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을 경우 지하경제 비중은 7∼8%포인트 가량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권선주 창원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내외적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 지하경제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글로벌 리스크가 우리나라 지하경제를 키울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양성화 대책 내놓지만… 실적은 ‘글쎄’
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대략 20%대로 추정해 왔다. 오스트리아 지하경제 분석 전문가인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도 2012년 한국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을 26.3%로 분석했다. 국내 연구기관 중에도 현대경제연구원이 23%(2013년), 조세재정연구원이 17%(2010년) 수준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최대 13%포인트 가량 크다.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2013년 2조1000억원, 2014년 3조700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간 목표치를 초과달성했다는 자평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 모두 국세청의 과다계상을 지적하면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최근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 산정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결위는 “기재부는 전통적 세무조사 강화 등에 따라 추가적으로 거둔 세수를 추계에 반영해 국세수입을 과다추계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을 넓히고 성실신고확인제도 확대, 전자계산서 의무발급제 도입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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