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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철수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아주 강도 높은 것을 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현 위기타개를 위해 경제적 이익을 기꺼이 포기했다.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도 그 정도 강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4차 핵실험 등 잇따른 도발을 감행하는 이유를 무엇이라 보는가.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지난 1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남북 대치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제원 기자 |
-한·미·일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미·일 독자 제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가.
“대북 제재는 한·미·일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 점을 이해해야 하고, 또 동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핵문제는 6자회담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중국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 사드 배치 여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하는데.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사드가 북한 도발에 대한 가장 적절한 방어 체계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드는 북핵을 억지할 수 있는 가장 발전된 형태의 기술방어 체계다. 한·미 정부가 사드 도입을 위해 협의하겠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를 구하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6자회담 재개는 이미 우리가 만들어 놓은 회담의 틀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미 만들어진 틀에서부터 회담이 시작돼야 한다. 5자회담은 자문을 위한 기구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북한에 우리는 6자회담에서 부과한 그들의 의무를 반복적으로 일깨워야 한다.”
-유엔이 북한 제재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은 뭔가.
“추가제재 없이 북한 도발을 막을 수 없다. 북한을 제재하는 데는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데 따라 치러야 할 대가를 정하는 것도 유엔의 역할이다. 유엔 차원의 제재와 함께 6자회담 당사국들은 각자의 외교적 채널로 따로 움직여야 한다.”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된 한반도 핵무장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한반도뿐 아니라 모든 국가들의 핵무장에 반대한다.”
“오직 협상재개가 답이다. 제재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겠지만, 대화와 협상 없이는 안 된다. 6자회담은 단순히 말잔치를 위한 협의체가 아니다. 북핵 억지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북핵 문제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북한이 대화를 할 의지가 없는 지금 전통적인 방식의 제재를 총동원해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협상에도 길을 열어둬야 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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