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3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에선 우유와 빵, 비누 등 생필품 품귀 현상이 일어나며 서민경제가 붕괴 직전에 놓였다.
베네수엘라 국민들 “야당 태업으로 고통” 2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집권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 디오스다도 카베요 의원이 카라카스 의회 밖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이날 아리스토불로 이스투리스 부통령은 2015년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현재의 생필품 부족 사태는 야당의 태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카라카스=EPA연합뉴스 |
이 나라에선 생필품 부족과 초인플레이션으로 국민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베네수엘라에선 이제 우유 콩 비누 등 기본 생필품조차 구하기 어렵다”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지난 2월 가스요금을 1300% 올리는 등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 서민경제를 쥐어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선 빵의 원료인 밀을 100% 수입하는 탓에 빵을 사먹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다른 산유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인 나이지리아는 최근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에 각각 25억달러와 35억달러의 차관을 요청했고, 앙골라는 세계은행과 IMF에 차관을 신청했다.
저유가와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세계 경제의 악재는 지구촌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세계 186개국 중 1인당 GDP가 전년보다 감소한 나라는 134개국(72%)에 달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베네수엘라가 지난달 원유 생산량 1, 2위인 사우디와 러시아를 움직이며 일부 산유국의 생산량 동결 합의를 이끌었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한 고통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상 최대 원유 생산량을 기록한 지난 1월을 생산량 동결 기준으로 삼은 데다 서방의 경제금융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이 생산량 증대에 박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가 오펙(석유수출국기구)에 원유 감산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런 호소는 현재로선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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