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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추모 신드롬화…"여성혐오 단정은 과잉반응"

입력 : 2016-05-20 15:33:13 수정 : 2016-05-20 15: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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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범죄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추모운동 불러와"
"범죄 원인 여성혐오로 섣불리 판단하면 안돼"
"성 혐오 대결을 조장하는 추모 운동은 지양해야"
강남역 묻지마 살인 피해자인 20대 여성을 향한 추모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 화장실에서 김모(34)씨에게 무참하게 살해된 23세 여성을 위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추모 현장을 꾸렸다. 사건이 발생한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추모 메시지를 적은 쪽지와 국화꽃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이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추모와 분노의 분위기가 점점 신드롬화 하는 양상이다.

◇"나도 범죄 대상될까…두려움 ·공포감 추모 물결 불러"

이같은 추모 물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신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김흥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가습기 참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시민들은 자신의 안전 또한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자발적 추모운동을 하고 있다"며 "뚜렷한 이유없이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약자가 살해 당했기 때문에 시민들의 분노가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피해자 무책론, 즉 피해자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데 사고나 범죄에 희생 됐을 경우 사람들은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며 "나도 범죄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추모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그랬듯이 테러나 폭력에 의한 희생자에 대해서 시민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반대를 함으로써 집단적인 분노와 경각심을 표현하고 동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혐오 단정·성별간 대결 조장 자제해야"

다만 범죄의 원인을 '여성 혐오'로 섣불리 단정짓고 성별간 대결을 조장하는 추모 운동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추모 메시지 뿐만 아니라 '여자라 살해당했다', '한 인간 쓰레기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온 남성들을 모욕하지 말라' 등의 메시지도 많다.

여성단체들은 대체로 "우리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혐오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며 촛불문화제와 추모제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는 4번이나 치료를 받은 정신분열환자다. 환각이나 망각 상태에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대상을 공격한 것이지 여성 혐오 범죄라고 보면 안 된다"고 단언하며 "정신질환자 관리 부실 문제를 남녀 대결의 문제로 보는 등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여성 혐오 범죄는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고 범죄의 대상이라는 의미"라며 "이를 사람들에게 계속 강조해서 인식을 시키면 오히려 반감을 유발해서 누군가 실제로 고의를 가지고 진정한 의미의 여성 혐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언론과 여성단체에서 여성 혐오 범죄라고 자꾸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추모로 끝나야지 남녀의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쟁점 만들기"라며 "여성 혐오 범죄라는 프레임을 씌울수록 여성은 범죄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은 지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곽대경 교수도 "아직 충분히 조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피의자의 단편적인 말에만 의존해 여성 혐오 범죄라고 단정짓기는 이르다"며 "실제로 강력범죄의 경우 피의자 90%가 남성이고 피해자 과반수 이상은 여성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만으로 여성 혐오라고 판단하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과잉반응이다. 남녀 양극화를 조장하는 추모 운동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학과 교수도 "여성 혐오라고 보는 건 소수의 의견이다. 피해망상증이 있는 한 남성의 범죄로 대한민국이 들끓는 것은 건강한 현상이 아니다"면서 "앞으로 여성 피해자가 나올 때마다 여성 혐오냐 아니냐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건 우스운 상황"이라고 여성 혐오를 부각시키는 여론을 경계했다.

오 교수는 "여성 혐오냐 아니냐 보다 중요한 건 여성이든 남성이든 힘을 모아서 범죄에 대처하는 것"이라며 "피의자는 다시 잡혔을 때 첫 피해자를 살해했던 칼을 가지고 있었다. 제2의 피해자를 선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범 가능성이 없어질 때까지 치료와 감호를 해야 하고 이런 범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제지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 여성에 대한 인식변화 계기도"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당연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신광영 교수는 "이번 사건은 무고한 여성이 희생됐고 여성 혐오가 바탕이 된 범죄"라며 "추모 운동으로 인해 여성 혐오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새로운 인식과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런 움직임을 과잉 반응이라고 바라본다는 자체가 젠더(gender) 인식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한국사회 전체가 남성 중심적이다. 언어폭력, 신체폭력, 살인까지 양상은 다르지만 여성 혐오에 토대를 두고 발생하고 있다.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여성, 소수인종 등에 대한 공개적인 증오 발언과 범죄는 입법을 통해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또한 교육을 통해서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je@newsis.com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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