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는 중국 전투기 J-11 2대가 정상 임무를 수행하던 미 해군 정찰기 EP-3에 50피트(15.24m)까지 근접해 ‘위험한’(unsafe) 비행으로 진로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 중인 미 해군 정찰기 EP-3. EPA연합뉴스 |
2013년 필리핀이 제기한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남중국해 분쟁 중재 결정이 6월이나 7월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은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2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인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 아랍연맹(AL) 회원국 등 약 40개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중재안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은 태국과의 군사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21일부터 양측 해병대와 해군 1000명이 참여하는 ‘블루 스트라이크(Blue Strike) 2016’ 연합 훈련에 돌입했다.
중국은 2012년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영유권을 놓고 필리핀과 대치하다가 힘으로 실효지배를 굳혔다. 필리핀은 이듬해 중국의 도서 점령이 유엔해양법협약상 무효라며 PCA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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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앞서 미국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베트남에 대해선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0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남중국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화통신은 훙샤오융(洪小勇) 주베트남 중국 대사가 19일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장관을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군사협력 강화의 물꼬를 텄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 곳곳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각종 첨단무기를 배치하며 영유권 강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디펜스위클리(JDW)는 중국 최신형 전략폭격기 훙(轟)6K가 남중국해 인공섬 기지에 배치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 하이커우시는 지난 16일부터 파라셀제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중국명 시사군도) 해역을 포함한 주변 해상에서 조업을 금지했다.
◆오바마 아시아 순방, 반중국 세력 결집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국가에 힘을 실으며 대중 견제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명분은 ‘항행의 자유’ 수호다. 지난해 10월 구축함 라슨함이 중국 인공섬에 12해리 이내로 접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개시한 미국은 지난 10일 세 번째 작전을 실시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지난 17일 중국 전투기 J-11 2대가 미국 해군 정찰기 EP-3에 50피트(15.24m)까지 근접 비행해 충돌할 뻔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박차를 가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23∼25일 중국과 영유권 분쟁국인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금수조치를 전면해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베트남 정부는 무기금수조치 전면해제 대가로 미군이 베트남 중남부 군사적 요충지인 깜라인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군이 베트남전 당시 핵심 전략기지인 깜라인만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필리핀에 이어 베트남에도 중국 견제 기지를 마련하는 셈이 된다.
동중국해 센카쿠제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 중인 일본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남중국해 ‘반중국 연대’에 주력하고 있다. 26∼27일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앞서 정상회담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남중국해 당사국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사다. 일본은 해상자위대 잠수함이 지난달 호위함 2척과 함께 15년 만에 처음으로 필리핀에 입항한 것을 비롯해 군사적 요충지 베트남 깜라인만에 기항했다.
PCA의 남중국해 분쟁 중재 결정은 다소 미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의 타이핑다오(太平島·이투 아바)에 대한 대만의 증거 제출 절차로 중재 결정 시점이 6월 또는 7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이미 재판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로 접점이 없는 셈이다.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상존한다. 2009년 3월 중국 해군 함정이 미국 해군 음향관측함인 임페커블호의 진로를 막고 대치한 사건 이후 최근 항행의 자유 작전까지 미·중은 남중국해에서 여러 차례 군사충돌의 위기를 맞았다. 지금까지는 양국이 무력 충돌을 극도록 자제하면서 상황 악화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 군사과학원 중미국방사무관계연구센터 자오샤오줘(趙小卓) 주임은 “군용기 근접비행 등으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하지만 2014년 양국이 해상·공중 안전행동준칙 양해 비망록에 서명한 만큼 서로 위기로 치닫는 상황은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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