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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알파고? 이젠 포켓몬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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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13 21:34:33 수정 : 2016-07-13 21: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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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익숙지 않아 사고 잇따라
앞서가는 게 생존 위한 최선의 전략
포켓몬이 돌아왔다. 온동네 꼬마들이 포켓몬 만화 방영시간이 되면 TV 앞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있던 시절이 있었다. 포켓몬은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어린이가 가장 좋아한 TV 애니메이션이다. 포켓몬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는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지난 6일 ‘포켓몬 고’ 앱이 출시됐다. 앱스토어에 올라온 지 12시간 만에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버는 과부하로 계속 다운되고 있다. 전 세계가 흥분하고 있다. ‘포켓몬 고’는 구글에서 분사한 가상현실(VR) 스타트업 나이앤틱의 작품이다. 과거의 포켓몬 게임은 게임 안의 도시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포켓몬 캐릭터를 하나씩 수집하는 것이었다. 나이앤틱은 포켓몬 게임을 현실 사회에 융해시켰다. 포켓몬 캐릭터를 게임 지도 대신 구글맵에 심었다. 집 앞 놀이터에, 건물 입구에, 교차로 모퉁이 등에 말이다. 사용자는 구글지도를 보고 포켓몬을 찾으러 나선다. 목적지에 도착해 공을 수초 동안 가지고 놀면 포켓몬이 포획된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어린 시절을 포켓몬과 함께 보낸 지금의 젊은이들이 포켓몬을 찾아 이제는 구글지도를 켜고 실제 거리, 산, 강을 누빈다. 아직 증강현실(AR) 기술에 익숙지 않아 그런지 부작용이 상당하다. 매사추세츠에서 라마 힉슨이라는 26세 젊은이가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 있는 포켓몬을 잡으려 차를 세우고 게임을 한 것이다. 다행이 사상자는 없었다. 사유지 침범, 보행 중 낙상 등 이미 ‘포켓몬 고’로 인한 수천 건의 보행자 관련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게임 ‘포켓몬 고’가 출시된 바로 그 즈음 우리 정부는 ‘가상현실 콘텐츠산업 육성 방향(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7일이다. 4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정부부처들이 함께 협업해 VR 관련 산업 육성에 매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에서 VR 기술 개발의 역사적인 첫 삽을 뜨는 순간 태평양 저편의 실리콘밸리에서는 AR 게임이 대박을 터뜨렸으니 타이밍이 절묘하다.

AR 기술은 현실세계에 사이버 공간의 개체를 결합시키는 기법이다.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와 C2P(사이버공간과 물리공간의 결합)를 통해 인간 사회의 물리적 행위와 사건들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제어한다. AR 기술을 이용해 외과수술의 패러다임을 변혁시킬 수 있고 손금 보는 앱을 만들 수도 있다. VR 기술을 향한 전 세계의 무한질주가 시작된 지 수년이다. 페이스북은 2014년 VR벤처기업 오큘러스를 우리 돈 약 2조20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홍보 사이트(angel.co)에 약 770개의 VR 스타트업이 등록돼 있다.

알파고 관련 정책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포켓몬 고’ 열풍이다. 보고 있노라면 화려한 검무에 혼 빠진 관객처럼 어지럽고 혼미해진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답은 어렵지 않다. 부화뇌동과 뒷북은 절대 금물이다. 선택과 집중, 흔들리지 않는 정진, 그리고 과감한 선제적 연구개발뿐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대박은 카지노 잭팟이 아니다. 구글은 인공지능(AI) 기술에 10년 이상을 투자했고, 나이앤틱은 이미 AR게임을 여러 건 출시했다. 대박 이면에는 예외 없이 오랜 시간의 땀과 노력이 있다.

대박 난 잔칫집 기웃거리는 사이 해가 저문다.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경박단소’ 광속의 기술 발전 시대에 ‘패스트 팔로어’(추격자)를 위한 자리는 더 이상 없다.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레드오션이다. 앞서가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그러나 저러나 알파Go, 포켓몬Go, 다음은 어떤 ‘Go’가 나올 것인가?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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